삼성전자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가 앞서 삼성전자에 제기한 2건의 소송에 대한 정면대응이다.
선공은 화웨이가 걸었다. 화웨이는 지난 5월과 이달초 두번에 걸쳐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에서 애플과 소송전을 치른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에서 특허 문제로 화웨이와 맞붙게 됐다.
22일 중국 언론과 현지 법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화웨이와 모바일기기 유통업체 헝통다(亨通達) 백화 유한공사를 상대로 1억 6100만위안(247억원) 규모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는 화웨이의 앞선 소송 금액보다 훨씬 큰 규모로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이는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이 21일 이를 공표하면서 알려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공식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적분쟁 보다는 협상을 통한 평화로운 해결방법을 선호하지만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특허 소송으로 당사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똑같이 대응한 것”이라고 이번 소송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사의 정당한 특허권에 대해 삼성전자는 존중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베이징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은 ‘화웨이 안방에서 한판 붙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소장에서 화웨이가 이동통신 시스템 정보 제어와 이미지 정보 저장, 디지털 등과 관련해 6건의 특허를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헝통다 백화점에 대해서는 특허가 침해된 화웨이 제품을 판매해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헝통다 백화점은 화웨이 판매 총판이다.
특허 침해 모델로는 헝통다 백화점이 유통한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8’, ‘아너’와 태블릿PC도 일부 포함됐다.
이번 소송은 2주전에 이뤄졌다. 화웨이가 중국내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두번째 소송을 걸었을 즈음이다. 화웨이는 지난 6일 광둥성 선전과 푸젠성 취안저우 중급 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 위안(140억원)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5월 특허 소송에 추가로 이뤄진 것이다.
화웨이는 7월 소장에서 휴대전화의 폴더 내 아이콘 또는 위젯 디스플레이 방식과 관련한 특허를 삼성전자가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제품은 삼성의 ‘갤럭시S7’ 등 16개 제품이다. 5월에는 미국과 중국 법원에 4세대 이동통신 업계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화웨이로부터 피소당한 직후 맞소송을 준비해왔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재산권센터장은 화웨이의 첫 소송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적극적 대응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지난해 1억 대 출하를 돌파했다. 통신장비 업체로 출발해 최근 수년전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해 점유율을 높여가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특허 출원건수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화웨이를 잘 아는 관계자는 “특허권을 무기로 여러 경쟁업체에 소송을 제기해 기술 제휴를 이루고자 하는 게 화웨이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삼성 부품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업체가 중국 화웨이”라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져가기 위해 소송을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격으로 화웨이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엔 노키아도 화웨이를 상대로 미국 동부 텍사스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가 특허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 업체 T모바일에 노키아 기기가 포함되면서 노키아도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국내 변호사들은 곧 미국에서도 삼성전자가 맞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양사가 서로 보유한 기술 특허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한 만큼 소송전을 장기화하기보다 합의점을 도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 한국지사는 “삼성전자의 소송건에 대해 본사 언급이 없다”며 공식 입장을 피했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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