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불리는 ‘드론’의 국내 시장 형성과 육성을 위해 4000대 이상의 수요처를 확보하고 연구개발(R&D)을 시작한다. 국내 초기 시장에서 필요한 드론의 수요규모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빠른 시장 안착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재난·재해 현장은 물론 조선·철강 등의 산업부지와 농업에도 드론을 활용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다부처공동기획사업을 통해 ‘재난·치안용 무인항공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부처공동기획사업은 국민안전처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 2개 이상의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사업으로 2017년도부터 3년간 4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는 본격적인 R&D 사업을 앞두고 해경·경찰청 등과 함께 수요처 조사에 나섰다. R&D 사업을 기술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 형성까지 지원함으로써 초기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 관련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수요 조사 결과, 실내형·실외형 무인기 등 2500대의 드론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장은 “2500여대의 무인기는 화재현장과 해양수색구조, 생활안전 및 테러 상황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또한 농업은 물론 조선·철강 등 규모가 큰 산업부지에서의 활용도까지 고려했을 때 약 4000여대의 무인기 수요처가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드론 시장은 촬영과 취미 활동, 일부 과학연구와 산불관리 등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업체 DJI는 응급환자를 탐지하거나 화재현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드론용 열상 촬영 카메라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 환경부는 최근 드론을 이용해 한 철강기업의 환경지침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구글은 2014년 미국 드론 개발 회사인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한 뒤 드론을 이용해 LTE보다 40배 빠른 5G 전파 신호를 지상에 쏘는 실험을 진행했다. 드론을 활용한 ‘택배 배송 용기’에 대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페이스북도 드론의 활용을 위해 태양열 드론 개발 회사인 ‘어센타’를 인수,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드론의 활용을 위해 농업용, 공장 관리, 국가 인프라 관리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불이 발생하면 먼저 드론이 해당 지역을 비행하며 유독가스를 탐지, 인근 지역 주민의 대피 여부를 알려주고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드론을 띄워 사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다. 조난선박 및 조난자 추적은 물론 지상에서 관찰이 어려운 해안선 관찰 및 불법어로 감시, 울릉도와 독도 등의 감시 정찰과 긴급보급품 전달도 드론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밖에도 응급 상황 발생시 드론이 교통 상황을 분석해 빠른 길을 알려주거나 녹조 발생 상황 등을 파악하는 등 해양생태계 분석도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특히 농업용 드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무인기협회(AUVSI)에 따르면 농업용 드론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활용도가 넓다. 이미 중국은 12분 동안 하늘을 날며 농약을 뿌릴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 형성을 위해 농업용 드론을 활용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또한 전체 논의 약 40% 이상이 드론을 활용해 살충제 및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농업용 드론은 대부분 수입품이거나 10㎏을 싣고 4분 정도 비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항우연은 농업용 드론 기술 개발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한 드론의 성능 향상 연구를 이미 시작했으며 비행시간을 최대 50% 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향후 농산물 작황 점검, 제초용, 토양 상태 점검 등으로 활용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부지가 큰 조선·제강 등의 공장과 고압케이블, 수자원 등의 국가 인프라에서도 드론을 활용하기 위한 수요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주 본부장은 “군사용에서 머물던 드론이 우리 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대기업의 사업 참여 유도, 드론에 대한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무인기 시장은 대부분 군용이 점유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 틸그룹에 따르면 2015년 군용 무인기 시장은 64억 1000달러에서 2023년 119억 1000달러로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분야는 지난해 6000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3년 9억 1000만 달러로 연평균 46%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드론 시장의 정확한 수요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규모가 작고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요조사를 통해 확보한 4000대의 무인기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경우 그 시장은 약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 본부장은 “특수 목적기 드론의 경우 가격은 수천만원~수억원을 호가한다”며 “기술적 준비와 수요도 충분한 상황으로 과학영농 무인기, 재난·재해 대응 무인기 개발에 대한 조속한 착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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