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한축인 내수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메스르(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잠잠해 지고 있지만 한번 지갑을 닫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싹슬이 관광’으로 유명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이 최근 한국 방문을 줄이면서 내수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수출이 아무리 잘 돼도 내수가 부진하면 경제 성장은 탄력을 잃고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심각한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앞장서서 나선 것은 바로 우리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다. 3대 경제주체 중 하나인 기업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기업이 어떻게 나서느냐에 따라 경제 상황 전체에 큰 변화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내수 살리기 올인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더 주목을 받게 됐다.
■대기업 주도 전통시장·농촌 살리기 캠페인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30대 그룹 사장단은 최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0대 그룹 사장단이 모여 한목소리를 낸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내수 부진에 대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30대 그룹은 내수 회복을 위해 투자·고용 정상적 집행, 국내 여행가기 캠페인, 전통시장 살리기 등 다양한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삼성그룹은 올 여름 휴가철을 맞아 3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매해 계열사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협력회사 및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현지 거래선과 고객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현지 우수 사원에게 국내관광 포상휴가를 제공하는 등 1000명 이상의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전국 200개 마을에서 농수로 정비와 시설보수,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촌 봉사활동에는 계열사 임직원 1만여 명이 참여해 농촌지역 내수 살리기에 힘을 보탠다.
현대차그룹도 100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해외 딜러를 국내로 초청하는 행사를 확대하는 등 내수활성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할부금 상환 유예 등을 통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외 딜러 및 고객 초청행사와 우수사원 연수 등 해외 현지 임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50여개국가 우수 정비사 월드스킬 올림픽, 30여개국 고객만족 담당자 세미나, 기아차가 주관하는 30여개국 우수고객 초청 행사, 세계 주요 대리점 애프터서비스 책임자 회의 등이 포함돼 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CEO들이 7월초 중국을 직접 방문해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국 세일즈 민간외교를 펼쳤다. 또 메르스 여파로 헌혈이 줄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룹사 대부분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헌혈 행사를 개최했다. SK그룹은 헌혈에 참여한 임직원 숫자만큼 전통시장 상품권을 기부해 내수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LG그룹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7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직원과 협력회사 임직원에게 지급한다. 또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고 메르스 여파로 인한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6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무이자로 대출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온누리상품권 50억원 규모를 구입해 여름 휴가에 나서는 임직원들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 아울러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들게는 한화리조트 상품권 30~70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리조트 상품권은 전국 12곳의 한화리조트와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등 부대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관광지 경기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도 30대 그룹 중 15개 그룹에서 시행하고 있는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는 사업을 올 하반기 적극 추진해 내수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유연근무제 유형은 1일 8시간을 근무하되 출근 시간은 오전7시부터 10시이고, 퇴근은 오후4시부터 7시에 하는 ‘시차출퇴근제’와 주 40시간을 5일 동안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두가지 형태로 운영된다.
■중소기업·공기업도 내수살리기 힘보탠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내수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 신규 가입 소기업,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내수살리기 가입 사은이벤트’ 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지난 6월 범중소기업계가 발표한 내수살리기 세부적인 실천방안이다. ‘가깝고 편리한 우리동네 시장에서 장 보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에서의 소비를 유도하고 가입자들에게 장바구니와 온누리상품권(1만원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공기업도 팔을 걷고 나섰다. 전통시장 상품권을 대거 구매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농어촌 체험마을 알리기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내수경기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전국팜스테이협의회,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농촌관광 활성화 범국민 붐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여름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농촌체험휴양마을 10곳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눔과 메르스 여파로 농촌체험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지역의 소비진작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여름 집중휴가제를 실시하고 직원들에게 최소 5일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에너지분야 공기업들도 자사 임직원들에게 국내 여름휴가로 내수 살리기에 동참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배포하는등 국내 여행 권장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채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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