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삼성그룹의 사업개편도 일정부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양사는 이날 주식매수청구가 과도해 합병시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합병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 주주들이 대신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17일까지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에 반대나 기권 등의 이유로 주식매수를 청구한 규모는 총 7063억원으로 양사가 정해놨던 한도인 4100억원을 초과했다. 삼성중공업, 엔지니어링측은 계획대로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총 1조 629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의 대규모 사업개편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삼성그룹은 올해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시킨 뒤 삼성에버랜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은 삼성에스원에 양도했으며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했다.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했으며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도 합병했다.
금융 계열사에서도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100% 인수하는 등 지분 정리 과정을 거쳤다.
중공업, 건설 부문에서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부문에도 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합병 무산으로 전자 계열, 금융 계열, 중공업·건설 계열 등 그룹 계열화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 무산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추진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조선, 플랜트 업계가 지속적인 불황에 빠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전망이다. 삼성중공업도 합병 재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단 주주들의 반대를 고려할 때 빠른 시간 내에 재추진하기는 힘들 예상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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