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격의 없는 행보를 통해 대중과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방한 때 타고 오는 비행기도 이전 교황들이 특수 제작한 것을 이용했던 것에 반해 일반인이 탑승하는 기존 항공기로 서울공항에 내린다. 한국에서 쓸 자동차도 국빈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탄이 가능한 고급 세단을 추천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경차급인 소울이 전용차로 나선다.
검소하고 나아가 소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다.
이런 교황의 의중을 반영해 방한추진위원회 측도 소탈한 준비로 눈길을 끈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오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미사와 17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교황이 입고 미사를 봉헌할 제의와 미사에 사용할 성작, 미사에서 교황이 앉을 의자, 교황에게 드릴 선물인 나전칠기를 공개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봉헌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는 예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로 승천하는 것을 기억하는 날로 우리나라의 광복절이기도 하다.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을 제의 앞면에는 성모마리아를 의미하는 ‘Ave Maria’의 첫 글자 A와 M이 새겨져 있고, 왕관 주위의 세 비둘기 형상은 삼위일체인 하느님을 상징하는 것으로 마리아에게 천상모후의 관을 씌어 주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구름은 성모마리아의 승천과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며, 세상에 평화를 주는 하느님 은총의 빛이 세상을 비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제의 뒷면에 수놓은 세 송이의 백합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인 삼위일체 하느님을 향해 티 없이 깨끗하게 자신을 봉헌하는 성모마리아의 순결을, 양 옆의 세로줄들은 성모마리아를 통해서 세상에 내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뜻한다.
17일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때에 입을 교황의 제의는 가톨릭교회의 보편성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십자가를 한국적인 선의 느낌을 살린 동양화의 먹(붓) 터치 기법으로 강조해 제작됐다. 이것은 청년들이 그들의 신앙을 쇄신함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한 대회의 목적에 맞춘 것이다.
제의 앞면은 먹으로 그린 동양화의 붓 터치 느낌을 살려 십자가와 함께 성작과 밀떡을 형상화 했고, 뒷면에는 예수의 몸과 피가 되는 포도주와 밀떡의 근간이 되는 포도와 밀을 넣었다. 대전교구 관계자는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제의 앞면)로 실체 변화되듯이 아시아의 청년들도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돼 세상에 복음을 전할 수 있길 희망하는 마음에서 간결한 모티브로 성체성사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대전교구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에서 제작한 제의는 모두 14벌이다. 이중 교황의 제의는 두 벌로 흰색 실크 소재의 천으로 만들어졌고, 8명의 수녀가 4개월 동안 모든 제작과정을 손으로 만들었다. 천이 얇아 수를 놓는데 정성을 쏟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었다.
교황의 제의를 만들어 보겠다는 요청은 수녀원에서 먼저 했다. 유흥식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는 “예술성이나 멋 보다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의를 준비해 주면 좋겠다”며 흔쾌히 답 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총원장 수녀는 “교황의 제의는 유명 디자이너들도 탐내는 작업인데 우리 수녀회 제의 제작팀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지만 기도와 정성으로 지었다”며 “제의의 어떤 결과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기도와 희생, 봉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이 대전교구를 방문해서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의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사용할 성작과 오는 17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청년대회폐막미사에 사용할 성작도 함께 발표했다. 성작은 미사 때에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할 때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담게 된다. 성작은 성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 금속실에서 4명의 수사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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