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맹희 "삼성과 화해 기대…방법 논의하자"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측에게 삼성가 유산 소송에 대해 화해를 진행하자는 입장을 7일 밝혔다. 전날 유산 소송 항소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승소를 거둔 뒤 화해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화답인 셈이다. 이로써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싼 소송이 대법원으로 가지 않고 극적으로 타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날 법률 대리인인 화우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놓고 이같이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제척기간 적용 등에 대한 원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특히 피고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을 원고가 미필적 인식하에 양해하거나 묵인했다는 판단은 아쉽다"면서도 "어제 삼성이 원고측 화해제의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 데 대해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 어린 화해로 이 건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원고의 진정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삼성이 제안한 화해를 위해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인 대화 창구나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식 입장으로 미루어 볼 때 이맹희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측이 제시한 화해의 제스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건희 회장측 대리인인 세종 소속 윤재윤 변호사는 "소송 절차와 관계없이 원고 측의 진정성이 확인되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절차 없이 화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맹희 전 회장측도 항소심 공판 막바지에 이건희 회장측과 화해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회장이 오너인 CJ그룹에서 화해를 언급한 것도 화해 분위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CJ그룹측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화해로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맹희 전 회장의 이번 입장 발표로 삼성가 유산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맹희 전 회장측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함에 따라 200억원이 넘는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소송을 이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