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들이 만든 괴물 같은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 故사카모토 류이치(류이치 사카모토) 음악, 사카모토 유지 각본. 거장들과의 작업을 염원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꿈이 이 영화로 완성됐다. 역주행 이변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괴물>은 우리 시대 ‘괴물’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의 입을 통해 묻고 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단둘이 살고 있는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최근 들어 한쪽 운동화를 잃어버리거나 물통에 더러운 물을 담아 오는 등 미나토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토가 담임 선생님인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학교로 찾아간 사오리.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본 그녀는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개봉 첫 주간 외화 박스오피스 1위 및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 일본 영화 최고 흥행을 경신한 <괴물>은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일본 최고의 각본가로 자리매김한 사카모토 유지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난 영화다. 영화는 ‘선생이 학생 미나토를 괴롭힌 괴물이다’와 ‘미나토가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괴물이다’라는 2가지 명제 사이에서 엄마 사오리, 선생 호리, 아들 미나토 셋의 시점이 126분간 충돌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과연 괴물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괴물의 정체보다 괴물을 만들어온 사회적 시선과 가해자 없는 폭력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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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인 <환상의 빛> 이후로 다른 사람의 각본을 처음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간 각본가로 함께 일하길 오래 소망했던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 집필에 따라 캐스팅을 완성해갔다. 엄마 ‘사오리’ 역은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에서 ‘노부요 시바타’를 연기한 안도 사쿠라가, 학생들에 대한 폭언과 폭력을 의심받는 초등학교 교사 ‘호리’ 역에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미네 류타로’ 역의 나가야마 에이타가 맡았다. “오디션 과정에서 이미 ‘미나토’와 ‘요리’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전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미나토’ 역의 쿠로카와 소야와 ‘요리’ 역의 히이라기 히나타는 영화 첫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아역 배우 연출의 대가답게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인간의 감정들을 담아낸 영화를 보며 126분간 촘촘히 설계해둔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정서를 따라 가다 보면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후반을 경험한다. 故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유작이 된 음악도 놓치지 말 것. 러닝타임 1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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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재민 사진 NEW][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0호(23.1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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