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피스톤으로 글자를 쓴다. 규칙없이 흩어지고 일견 무질서해보이는 피스톤의 움직임을 상공에서 포착해 추적하고 집적하면 글자가 만들어진다. 철학자의 글귀가 운율에 맞춰 펼쳐친다.
"육중한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현대사회 속에는 섬세한 색이나 문자, 글 같은 사유의 도구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해 전시 제목이 '피스톤'이다." 한무권(46)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피스톤'(Piston)이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무권은 현대인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문학적 사유가 담긴 영상으로 풀어내는 '뉴 미디어아티스트'다.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 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첨단 영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장르의 융합을 꾀한다. 구체적인 사물을 표현하기보다는 신체와 사물의 움직임을 특수영상기법으로 잡아내는 '문자 회화'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제 2전시실에 피스톤의 궤적으로 쓴 글을 프린트물로 벽과 바닥에 설치하였다. 쓰여진 글은 철학자의 글귀부터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피스톤 외에도 드로잉, 사진, 설치 작품 등 총 29점을 선 보인다. 크레인에 대형 붓을 걸고 허공의 평면에 그린 이미지를 큰 한 장으로 프린트 한 작품 '알고리즘"(Algorithm). 영남 서예의 대가 한영구 선생의 아들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서예를 배웠다. 그의 작품에는 뿌리로부터 비롯된 동양적 미감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삶의 중력과 높이의 한계를 밀치고 박동하는 견고한 희망이 장전된 피스톤이 보는이의 심장혈관에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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