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을 휩쓸면서 이와 관련한 종목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영화·게임 콘텐츠 제작사 바른손은 5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도달하면서 이른바 '기생충 대장주'로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른손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지난 10일 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 마감했다. 이날에도 장중 한때 상한가에 머물렀으나,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피로감 탓에 장 막판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전일대비 4.69%(270원) 오른 603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기간 2025원이었던 주가는 197% 이상 폭등했다.
바른손은 영화를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바른손 E&A)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의 상황도 비슷하다. 10일 2050원으로 시작해 이날 4055원에 거래를 마치며 97.80% 상승했다.
이외에도 기생충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36.81%↑)와 큐캐피탈(35.17%↑) 그리고 영화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콘텐츠 서비스 업체 KTH(28.38%↑)와 투자 배급사인 CJ ENM(5.01%↑)도 덩달아 급등이다.
이들 모두 기생충의 해외 선전에 따라 수익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그 수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영화의 선전이 곧바로 각 종목의 기업 가치와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른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상영을 거의 마친 상태인 데다 아카데미 수상이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바른손의 경우 영화 사업 매출 비율은 전체 매출 대비 3%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주력 사업인 게임과 외식 부문은 적자 상태다. 오히려 회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 상태고 지난 상반기 기준 10억원 손실을 내며 관리종목 지정상태에 놓인 처지다.
주가가 197% 이상 오르는 동안 바른손과 바른손이앤이의 하루 평균 회전율은 각각 61.63%, 120%에 달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연일 상한가가 이어진 10~12일에는 바른손이앤에이의 경우 187.5%에 도달해 이틀 동안 2번의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평균 회전율은 2.7%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는 이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바른손과 바른손이앤에이를 전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해 시장 과열 진압에 나섰다. 지정일부터 2일 동안 주가가 40% 이상 상승하고 투자경고종목 지정 전일 종가보다 높을 경우 하루동안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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