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수년째 하락하면서 주가와 실적이 부진에 빠진데다 경쟁사 제품과 관련한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밝혀지면서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OB맥주의 대표상품 카스가 변질됐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하이트진로 직원 6명 등 13명을 불구속했다. 피의자들은 하이트진로 특판 대전지점 간부 및 직원으로, 카스 맥주가 가임기 여성 등에게 위험하다는 소문을 SNS 등을 이용해 퍼뜨렸다.
이번 일로 최근 주가 및 실적 부진에 빠진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이미지 손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008년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과세+면세 기준)이 58.15%에 달할 정도로 독보적이었으나 2010년 53.7%, 2012년 43.15%, 올해 1분기에는 35% 수준까지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갔다. 반면 OB맥주는 '폭탄주' 수요 증가에 따른 카스 매출이 늘어 2008년 41.85%에서 지난해 3월 60.77%까지 점유율이 올랐다.
점유율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3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주당 3만원을 넘었던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현재 2만4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실적(3분기 누적 순이익 261억원)이 전년 동기(516억원) 대비 반토막 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긍정적인 평가 일색인 증권사들마저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을 감지했는지 좀처럼 '매수'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 기업분석자료를 내놓은 대신, 동부, 신한, 우리투자증권 등이 투자의견 '중립~시장평균'에 그치고 있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맥주 시장은 OB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과점 체제에서 수입 맥주와 롯데칠성(클라우드)이 가세하면서 과점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특히 수입 맥주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소비 욕구가 반영되며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수입맥주는 시장 수량기준으로 6%, 금액기준으로 1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롯데칠성도 2017년까지 7000억원을 투자해 점유율 20% 이상을 가져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5년후 국내 맥주시장은 2사 과점에서 3사+수입맥주 시장으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문이 퍼진 이후 카스 매출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하이트진로의 수혜는 크지 않기 때문에 역풍을 맞진 않을 것”이라며 "OB맥주는 카스의 매출 감소분이 수입 맥주와 클라우드로 소비로 연결되는 데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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