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업 창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반찬가게’가 유망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인구가 증가하고, 1인 기구도 급증하면서 반찬을 집에서 해먹지 않고 구매해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이푸드(주) 이석현 대표는 일찌감치 반찬가게 창업에 뛰어들어 현재는 연 매출 20억의 기업을 일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숱한 고생과 역경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석현 대표의 인생 스토리를 MBN ‘정완진의 최고다(최고 경영자의 고귀한 다섯 가지 비밀)’ 제작진이 직접 취재했습니다.
Q. 대표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진이찬방’의 반찬은 무엇이 남다른가요?
일단 맛이 좋아요. (웃음) 창업설명회 들으러 오시는 예비 창업자 분들에겐 저희가 만든 반찬과 국을 직접 맛보게 하는데요. 맛을 보는 분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시는 게 ‘아, 집에서 먹는 맛이네요.’라는 겁니다. 매장에 오는 손님들도 마찬가지고요. 반찬은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는 거잖아요? 그러니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한테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음식 사업은 간단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 그것밖에 없어요.
Q. 집에서 먹는 맛을 내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궁금합니다.
첫째로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 농가를 돌아다니며 직접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시중에 파는 대다수의 ‘다진 마늘’은 100% 다진 마늘이 아닙니다. 물을 섞어 넣거나, 양파를 갈아 넣거나, 무를 갈아 넣어 눈속임을 해서 판매하죠. 이런 것들을 저희 재료로 쓸 수가 없으니까 농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계약을 맺는 겁니다. 좋은 재료로 만드니까 맛도 좋아지고, 고객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죠. 게다가 유통 단계가 줄어들다보니 싼 가격에 가맹점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둘째로 화학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고 다시마, 멸치, 북어 등으로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것들 보면 많은 분들이 음식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치잖아요? 음식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고객은 알아주게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세 번째 노력은 메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개발입니다. 보통 반찬가게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주로 젓갈 등 장기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메뉴들을 많이 내놓습니다. 하지만 저는 매장에서 바로 조리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을 많이 선보이려고 노력합니다. 손이 많이 가고, 품이 많이 들어도 그게 결국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거든요. 전, 나물무침, 해물볶음, 잡채 등 민감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일수록 본사에서 유통해주지 않고, 가맹점주를 교육시켜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서 판매하도록 합니다. 현재는 약 150여 가지 메뉴를 가지고 있습니다.
Q.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사서 먹지만 불과 10년, 20년 전만 해도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사먹는다는 걸 좀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찬 가게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젊은 시절에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다림방’이라는 국수 체인점 회사였죠. 199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 당시에 일본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시장조사를 많이 했어요. 그때 일본에서 반찬 전문점이 프랜차이즈화 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놀라웠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더욱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반찬가게’가 유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우리나라에도 반찬가게가 있긴 했지만, 시장 혹은 길거리에서 파는 정도였지 전문점이나 프랜차이즈 형태로는 발전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반찬을 구매해서 먹는 것도 이상하게 생각했고요. 하지만 이런 인식들이 점차 바뀌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Q. 첫 시작은 어땠나요?
처음엔 대형할인마트 안에 작은 반찬코너로 시작했어요. 자본도,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뛰어들기보다 차근차근 일궈나가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때는 직접 제조는 하지 않고, 반찬을 납품받아서 판매하는 구조였어요. 매일 아침 공장에서 반찬을 떼어 와서 매장에 진열하고,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남자가 할 게 없어 반찬 장사를 하냐, 반찬 팔아서 반찬값은 버냐 이런 비아냥거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묵묵히 제 길을 걸었습니다.
Q. 그것을 현재 연 매출 20억의 프랜차이즈로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힘든 시절을 버텨내면 됩니다. (웃음) 2005년에 한복선 씨라는 요리 연구가가 운영하던 ‘사랑찬방’이라는 반찬가게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것이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 연구가가 운영하던 매장이니 당연히 맛도 좋았고, 이걸 잘 발전시켜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매장 이름을 ‘진이찬방’으로 바꾸었죠. 그런데 유통만 하다가 제조를 하려니 상당히 어렵더군요. 자금은 부족한데 고정 비용은 계속 들어가고, 시행착오도 계속 반복되고요.
제일 힘들었던 건 자금 마련입니다. 돈이 없으니 재료도 제대로 살 수 없고, 반찬을 연구하는 것도 어려웠죠. 처음 반찬가게 프랜차이즈를 인수했을 땐 가맹점이 다섯 개였는데 어느덧 세 개로 줄어들더군요. 일단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돈을 꾸러 뛰어다녔어요. 오죽 절박했으면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한테까지 찾아갔겠습니까. 또 아버지가 작은 건물을 가지고 계셨는데, 2층의 살림집을 공장으로 개조해 반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옥상에는 2평짜리 사무실을 지어놓고요. 그것도 겨울에요. 참 많이 추웠죠. 가족들한테도 많이 미안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어떻게 버텼나 싶어요. 그래도 그 어려운 시절을 버텨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언젠가 성공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분들이 저희 집에 오시거나, 제 자동차를 보면 많이 놀라세요. 아직도 고생했을 때 살았던 좁디좁은 집에서 살고 있고, 자동차도 남들이 생각하는 좋은 차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전 그런 시선들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기업을 10년 이상 운영해보니까 회사 커가는 모습에 희열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지, 제 집, 제 자동차가 커가는 것엔 크게 의미를 못 느껴요. 직원들한테 더 좋은 대우를 해주고, 더 많이 투자해주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게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즐거워요. 앞으로 계속 연구개발을 해서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할 겁니다. 도시락 사업 등 사업 영역도 넓히고, 프랜차이즈도 전국으로 확대할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이란 단어는 아직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고, 이제 막 시작일 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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