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2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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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화표시 채권이 아닌 외화표시 채권이지만 공모 형태 회사채 발행은 지난 2012년 12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최근 회사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관투자자들 투자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 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대부분 발행물량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1억 달러, 우리돈 1018억원 규모 외화표시 변동금리채권(FRN)을 공모로 발행한다. 대표 주관회사는 한국산업은행이다. 발행일은 오는 30일이며 만기는 2년짜리다. 이 채권은 국내에서 발행이 이뤄지지만 조달하는 자금은 외국통화인 이른바 '김치본드'다.
대한항공은 외화표시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A330, A380 등 주력 항공기 5대에 대한 리스(장기임대) 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항공기 리스 계약을 맺고 이를 부채로 인식, 특정 시점마다 리스비용을 지급(상환)하는 형태로 항공기를 운용한다.
최근 대한항공은 이 같은 자금 조달 수요를 화물운임 매출채권(화물을 운송해주고 받을 대금) 등 보유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ABS) 형태로 충당해왔다. 사실상 공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해도 투자에 참여할 기관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건설 해운 등에 속한 기업들과 함께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 중 하나다.
올해 들어 5800억원 규모 ABS를 발행하면서 추가 발행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기존 회사채 신용등급을 'A급'에서 'A-급'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 상황은 더 악화된 상태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회사채는 공모 형태이긴 하지만 산업은행이 전액 인수할 것으로 보여 자금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발행 전 진행되는 수요예측은 오는 24일 진행된다. 회사채에 투자 의사를 밝힐 기관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수요예측은 형식적인 절차가 될 전망이다. 수요예측에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이 없으면 산업은행이 대부분 물량을 인수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은 외국계 투자은행(IB)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이번 회사채를 주관하겠다고 나선 IB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주관해 발행하는 공모 회사채는 대부분 산은이 인수가 전제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산업은행 지원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대한항공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최근 계열회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규모가 커지고 있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우에 따라 산업은행 등 금융권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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