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16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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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1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년물(2000억원)에는 2배가 넘는 4400억원의 주문이 쏟아졌지만 5년물(3000억원)에는 단 600억원 만이 유효수요로 들어와 2400억원이 미매각으로 남았다. 전체적으로 모집금액에 상응하는 수요를 모은 대우조선해양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만기별 발행금액을 조정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초 29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SK브로드밴드도 3년물 1000억원 모집에 700억원의 유효수요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3년물 발행금액을 800억원으로 낮추고 주문이 충분히 들어온 5년물 발행규모를 19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늘려 만기 간 발행금액을 조정했다.
연초 이후 우량 회사채를 쓸어담다시피 했던 국내 기관들의 투자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개월 가까이 이어진 우량채 발행 러시에 어느 정도 배를 채운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공사채 발행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량 회사채 안에서 계열 및 업종별로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AA급 이상 우량채 가운데 수요예측 시점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은 모두 4건이다. 한국복합물류(신용등급 AA-)를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AA-), GS칼텍스(AA+), 대우조선해양(AA-) 등 지난달 말부터 우량채에서 미매각이 나기 시작했다.
수요예측에 성공한 회사채 중에서 수요 강도가 연초 만큼 강하지 않았던 사례도 최근 비교적 많이 목격되고 있다. 이달 현대위아(AA)아 오리온(AA)이 각각 1000억원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는 각각 1600억원, 800억원의 유효수요가 접수돼 단순 경쟁률이 1.6대 1에 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올초부터 AA급을 중심으로 우량 회사채가 굉장히 많이 발행됐는데 그만큼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채웠을 것"이라며 "기관의 투자 여력은 아직 남아 있지만 투자 강도는 연초 만큼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AA급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A급 이하 회사채를 압도한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AA급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4조5900억원으로 AAA급까지 합하면 5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A급 회사채는 발행보다 상환이 많아 2조2800억원의 순상환을 기록했고 BBB급 회사채 역시 순상환 규모가 1조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기관이 담은 회사채 가운데 AA급 이상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우량채 강세 현상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공사채 발행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크게 감소했던 우량채 발행은 3월에 접어들면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에는 공사채 만기 물량이 2조7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발행계획은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2조원 가량 순발행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연초 우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었던 것은 공사채에서 채우지 못한 수요를 보충하려는 목적이 컸다"면서 "공사채 발행이 조금씩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차이가 크게 없다면 굳이 회사채를 따로 담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행사에 유리한 우량채 수급이 다소 균형을 찾게 된다면 우량 회사채 안에서도 발행사에 따라 차별화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장기물에 기관 수요가 없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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