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26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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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올해 들어서도 취약업종의 비우량 기업 회사채를 적극 인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극에 달한 이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는 모습이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동부건설(신용등급 BBB-)이 발행하는 43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200억원을 인수했다. 앞서 산은은 코오롱글로벌(BBB)이 발행한 회사채 3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인수하기도 했다.
산은이 이달에 회사채를 인수한 두 기업은 BBB급 건설사로 일반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거나 내부 규정으로 투자가 막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발행사가 계열 회사라도 증권사가 인수단에 참여하는 것은 힘들다. 이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비우량 기업들에게는 산은이 '구원투수'나 다름없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된 이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며 "시장에 추가 충격이 가해지면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산은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산은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A급 이하는 전체의 6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채 인수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한진해운(A-), 한양(BBB+), SK해운(A), 폴라리스쉬핑(BBB-) 등 취약업종에 속한 업체들이 대다수다.
산은은 인수한 회사채를 대부분 만기 보유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위험기업 회사채를 사들이는 것이 좋을 리가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8월 산은이 보유한 자산이 해운 및 조선 등 취약한 산업에 편중돼 있다는 점을 들어 독자신용도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기업들도 많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없도록 도움을 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 등 리테일 유통시장에서는 해당 회사채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해당 회사채들은 비우량채 특성상 시중 금리에 비해 수익률이 상당히 높고 만기도 짧다"며 "현금창출력이 의심되는 기업들도 있지만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언급했다. 동부건설이 발행할 43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는 1년이며 발행금리는 연 8.950%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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