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록이 우거진 깊은 산중, 발길 닿는 곳곳마다 강인한 봄의 생명력이 느껴지는데~ 오늘도 자연인을 만나기 위해 깊은 산속을 헤매는 윤택 씨. 가벼웠던 발걸음도 잠시, 어딘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그도 그럴 것이 발길 닿는 곳마다 버려진 무덤들로 가득한데~ 조심스레 자연인을 찾아 헤매던 그 때, 알몸으로 등장한 한 남자! 인사 가 채 끝나기도 전 신고식이라며 개울물을 들이붓는 자유로운 영혼, 그가 바로 백마흔네 번째 자연인 오판규(59세)씨다.
대낮에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산중의 묘지 터를 보금자리 삼아 7년째 산중생활을 즐기고 있는 자연인 오판규 씨. 전기도 없는 산골 오지에서 홀로 집을 짓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한때 진통제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게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젊은 시절 30년 동안 건설 설비 일을 해온 그,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고, 낯선 리비아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내며 돈도 꽤나 모았었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후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 부도까지 겪으며 그의 스트레스는 날로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그는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데~ 하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술과 진통제로 치료의 시기를 흘려보낸 오판규 씨. 결국 건강은 더욱 악화됐고, 다시 찾은 병원에서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날 이후 그는 도시에서의 모든 삶을 내려놓은 채 산을 선택하게 됐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라는 마음으로 찾은 자연. 하지만 무성한 숲을 일구고, 먹거리를 찾아 산을 헤매면서 조금씩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산을 선택한 지 1년이 지났을 즈음, 자연의 품에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는 강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30년간의 설비 경력을 바탕으로 아무것도 없는 산중에서 자유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오판규 씨. 맨손으로 몽골식 2층집을 짓는가 하면, 아무런 장비 없이 계곡의 물을 빼 버들치를 잡고, 산을 제 집 안방 거닐 듯 누비며 거칠 것 없는 자유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 봄이면 고광나무 순과 산미나리, 호박취, 아카시아 꽃 등 매 끼니 다른 산나물과 된장을 이용해 만찬을 즐긴다는데~ 특히 간 건강을 위해 음식은 최대한 싱겁게, 나물을 비롯한 모든 재료는 익혀서 먹으며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또한 건설 일을 하면서 만난 태국 출신 동료에게 배운 동남아식 요리법으로 최고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
7년 전 산에 들어올 때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개 검둥이와 칠면조, 오골계 병아리 등 새로 생긴 산중 식구들과 너른 산을 누비며 유별난 산골 생활을 즐기는 오판규 씨의 이야기는 오는 6월 10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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