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 살을 찌르는 날카로운 바람에도 꽁꽁 언 계곡 위, 꿋꿋이 앉아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웃통까지 벗어젖혔지만,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린 손과 꼭 감은 두 눈은 심지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갑작스러운 제작진의 등장에도 긴 머리카락과 하얀 수염만 흩날릴 뿐,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 15년째 산의 기운을 받으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있다는 129번째 자연인 이종옥(61) 씨다.
신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법한 외모에 그의 산골 생활 또한 범상치가 않다. 명상 후에는 매일같이 차디찬 계곡 물로 몸을 씻고, 밤늦은 시간이면 머리를 풀어헤치곤 굵은 소금을 챙겨 향하는 곳이 있다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해발 800M의 산꼭대기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 보니 일거수일투족 그의 일상은 신기하고 독특한 것투성일 수밖에 없다. 창호지 대신 덧댄 아크릴에, 바람과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회전 창문, 그리고 쓰임에 따라 상·중·하로 나뉜 물까지! 상탕에서는 밥을 짓고, 중탕에서는 손을, 그리고 하탕에서는 몸을 씻는다는 철저하고도 독특한 그의 물 사용법은 절에서 배운 생활습관이라는데...
지난날,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그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느 날, 그의 눈에만 보이고, 그의 귀에만 들리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병원을 찾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건 ‘신병’이었다. 점을 보고, 굿을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는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술에 의지하는 날이 많아졌고, 그의 몸과 정신은 망가져 갔다. 40대 초반, 허무하게 인생을 보내기엔 젊은 나이였다. 그는 산속의 절을 찾아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 것. 3년이 지났을 때쯤 건강을 되찾은 그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가까이 두고 싶어 절을 나와 평생 살아갈 곳, 지금의 산속을 찾게 되었다.
부지런히 오르기만 하면 각종 약초에 약 나무를 내주어 건강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고, 눈 두는 곳마다 해발 800M 아래 멋진 자연경관이 펼쳐지니 이만한 지상낙원이 없다는 자연인. 지난날의 슬픔과 고통을 지우고, 진정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그 고마움으로 오늘도 돌탑을 쌓아 올리는데...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삶을 자연 속에서 되찾은 자연인 이종옥 씨. 산골 도인이 사는 자연 낙원과 그의 이야기는 오는 25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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