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백신·치료법 없어 주의 필요
미국 유명 국립공원에서 일명 '좀비사슴'이라 불리는 질병에 감염된 사슴의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북서부와 몬태나주 남부, 아이다호주 동부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에 감염된 노새사슴의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CWD는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프리온(Prions)'이라는 변형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사슴 신경성 질환입니다.
이 질병에 걸리면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고 마침내 폐사하게 됩니다.
이 질병에 걸린 사슴은 평범한 사슴에 비해 인간을 덜 무서워하게 되고, 얼굴 표정이 사라지며, 귀가 축 처지고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거나 다리가 휘어 주저앉는 증상을 보입니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CWD는 1960년대 후반 콜로라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 31개주와 캐나다 3개 지역에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까지 사람이나 다른 종이 CWD에 감염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이 질환에 감염된 동물의 조직이나 고기는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고 밝혔습니다.
감염을 일으키는 프리온은 몇 년 간 자연에서 파괴되지 않고 감염된 동물의 사체, 체액, 배설물 등에 남아 전염되는데,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명한 광우병 학자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교수는 지난 2019년 미국 미생물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CWD에 감염된 사슴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형된 단백질 ‘프리온(prions)’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몇 년의 잠복기가 있다"면서 "10년 내에 CWD에 감염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도 CWD 청정지역은 아닙니다.
CWD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01년으로,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는 매년 CWD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약재로 유통되는 녹용의 경우 대부분 CWD 발생 사례가 없는 러시아산과 뉴질랜드산이 많습니다. 북미 지역의 녹용은 2000년 CWD로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녹용이나 녹혈, 사슴고기 등 부산물을 소비할 경우 해당 사슴이 CWD 위험이 없는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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