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힘든 월즈(LoL 월드 챔피언십) 2회 우승을 했기 때문에 약간 자만할 만도 하지만, 저희는 리그(LCK)에서도 증명해야 될 숙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리그에서 잘하게 되면 MSI든, 월즈든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리그부터 잘 준비해서 우승을 꼭 하고 싶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힘겹게 4시드를 거머쥐고 2024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에 진출한 T1은 '월즈의 T1은 다르다'는 말을 다시 입증하며 2년 연속 세계 최정상에 올랐습니다. 결승전에서 '우승을 만드는 플레이'를 뽐낸 '페이커' 이상혁의 공도 컸지만, 팬들은 올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오너' 문현준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는데요.
팬들의 찬사에도 문현준은 "월즈 2회 우승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 내후년도 열심히 달려서 T1의 정글러로서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기고 싶다"며 안주하지 않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는데요. 지난 11일 '오너' 문현준을 매경미디어센터에서 MBN 스포츠 LIVE(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0분)와 매일경제가 함께 만났습니다.
<일문일답>
- 시청자들과 독자들에게 먼저 인사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e스포츠 LoL T1이라는 팀의 오너(Oner)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고 문현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T1 정글러 오너. 사진=MBN.
- 월즈 이후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즌만큼 바쁜 비시즌 근황을 소개한다면
"월즈가 끝난 후에는 휴가 기간이 조금 있어서 본가에 가서 이제 친구들과 재밌는 활동을 좀 많이 했고. 최근 들어서는 팀 활동이 꽤나 많아져서 팬 미팅, 촬영을 하면서 조금씩 쉬고 있습니다."
- 4시드로 진출할 만큼 월즈 전 팀 상황이 어려웠는데, 인터뷰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속마음으로는 조금 두려운 감도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어쨌든 저희가 이 멤버로 월즈에 갔었을 때 저희가 좋은 성적만 냈다 보니까 그렇게 말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는 ‘역시 이런 게 저희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월즈 기간 중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던 순간은
"두 번째 경기에서 중국 LPL 1시드인 BLG를 만났는데, 저희가 거기서 역전승을 거뒀어요. 거기서 이겼을 때부터 약간의 자신감이 조금 차올라 있어서 그때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었고. 우승 생각보다는 그래도 '우승 근처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BLG를 이기고 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 BLG와의 결승전 5세트 미드 지역 한타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사자로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아래쪽 상황을 제가 자세히는 못 봤었는데, 킬 로그가 저희 바텀 듀오(구마유시, 케리아)가 떠서 '살짝 불리해졌구나' 생각이 들어서 살짝 빠지면서 보고 있었는데, 사실 서로 '뭐를 몇 초 뒤에 보자' 이런 거를 얘기할 시간이 아니어서. 저도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걸 해야겠다'라고 들어간 거고 (이)상혁이 형도 '이제 들어가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같이 너무 좋은 각에 들어가서 거기서부터 한타가 유리해졌고, 한타를 대승하고 나서 그때부터 너무 좋아진 것 같아서. 그 한타가 아직까지도 저도 기억에 남는 것 같고 좀 뿌듯한 한타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그 장면에서 페이커와의 호흡을 보면 4년 동안 맞춘 호흡이 역시 좋은 게 보였다
"LCK 안에서는 미드 정글을 가장 오래 하다 보니까 다른 팀들보다는 확실히 각 보는 거나, 아니면 말 맞추는 거나. 이런 거는 한 발 더 빠르다고 자신감 있게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T1 정글러 오너. 사진=MBN.
- 축구에는 ‘손-케(손흥민, 케인) 듀오’가 있고 야구도 여러 유명했던 투수, 포수 배터리 조합이 있었는데. '우리도 이 정도로 호흡이 좋다'고 생각한 선수들이나 조합도 있는지
"저도 손흥민 선수의 팬이다 보니까 '손케 듀오'도 알고 '손케 듀오'가 엄청 대단한 업적을 세웠던 것도 알기 때문에 거기랑 비교하기에는 조금 좀 그렇긴 하지만, 저희도 그 정도의 호흡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정도도 생각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 생각합니다. (웃음)"
- 그러면 누가 손흥민이고 누가 케인일까
"상혁이 형이 그래도 이제 축구로 따지면 스트라이커 같은 역할인 것 같아서 아마 케인이지 않을까? (웃음) 손흥민 선수가 또 정글러시더라고요."
- 이번 월즈 우승의 팀내 지분을 따져본다면
"결승전에서 저희가 질 뻔한 경기를 상혁이 형이 캐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래도 한 40% 정도는 상혁이 형이 혼자 먹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그 다음 60%를 아마 4명이서 나눠 먹어야 될 것 같습니다."
- 올해 '오창섭', '오타니' 등 많은 별명이 나왔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이번 연도에 제일 많이 들었었던 게 아마 '오창섭'이라고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잘할 때 그 별명이 나오는 거라 이번 연도에 들었을 때 제일 아마 좋은 별명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또 오타니 선수를 좋아해서 '오타니'라고도 듣는 것도 좋습니다."
- 내년에도 월즈 뮤직 비디오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뮤직 비디오는 팬들의 호불호가 좀 갈렸는데, 내년 뮤직 비디오에 대한 요청사항이 있다면
"사실 이번 뮤직 비디오를 보고 처음에는 좀 만족스러웠어요. 예전에는 뮤직 비디오에서 분량이 엄청 적게 나왔었는데, 이번에 엄청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미지에 대해서 '좀 이상하게 나왔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거기에 갑자기 동의하게 되고. 계속 볼수록 좀 이상한 것 같고 해서. 내년에는 분량은 거의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해주시되, 또 멋있는 또 이미지로 좀 바꿔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근 월즈 우승 스킨 미팅을 하고 온 것으로 안다. 오너의 스킨에 대해서 팬들에게 좀 더 알려준다면
"바이랑 신짜오, 녹턴을 제가 골랐는데 아마 신짜오가 내년에 이 스킨으로 못 한다고 해서. 아마 둘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저는 바이 쪽이지 않을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1 정글러 오너. 사진=MBN.
- 2년 연속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는 게 정말 어려웠을 텐데
"우승하긴 했지만 리그 우승도 엄청 적고, MSI 우승도 하지 못했고 엄청 부족하다고 느껴서 저도 내년에도 더 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사실 꾸준히 잘하는 게 어려워서 사실 이럴 때마다 상혁이 형을 존경스럽게 생각하게 되긴 하는데. 최고의 자리에서 넘어지더라도 다시 올라가는 게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넘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구축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제 '제오페구케'에서 제우스가 도란으로 로스터가 바뀌었다. '도오페구케'와 '현준페구케' 중에 어떻게 불리는 게 더 좋은지
"‘제오페구케’에서 ‘도오페구케’로 가니까 약간은 어색해서. ‘현준페구케’로 가는 게 사람들한테도 뭔가 친숙할 것 같고 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라이벌 팀 한화생명으로 간 '제우스' 최우제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아카데미 시절부터) 저랑 계속해서 함께 했기 때문에 저의 무서움을 이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또 내년에 맞붙으면 재밌을 것 같고, 내년에도 서로 좋은 경기를 하는 게 저도 좋을 것 같고 우제한테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내후년에는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있다. 내년과 내후년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국가대표는 누구에게나 꿈의 자리라고 생각해요. 우승을 하면 '군면제 혜택이 있다' 이런 것도 있지만, 저는 국가대표라는 거를 다는 것 자체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 내년부터 LCK 리그 진행 방식도 바뀐다. 이제 리그 우승 팀이 단 한 팀만 나오게 되는데, T1 입장에서는 리그 우승에 대한 의지가 남다를 것 같다
"제일 힘든 월즈에서 2회 우승을 했기 때문에 약간 자만할 만도 하지만, 저희는 리그에서도 증명해야 될 숙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겠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고. 또, 리그에서 잘하게 되면 MSI든, 월즈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리그부터 잘 준비해서 우승을 꼭 하고 싶습니다."
- 구단 영상에서 공개됐지만 프로게이머로서 사실 출발도 조금 늦었고, 그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다. 그 때의 오너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잘 안 됐었을 때도 '다음에 기회가 있다'라는 것만 좀 알아두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저도 한 번에 된 게 아니라, 그냥 계속 넘어지고 하고 넘어지고 하고 이러다 보니까 된 느낌이라서. 좀 더 힘을 내시고 '내년, 내후년을 바라봐도 늦지 않았다'고만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T1 정글러 오너. 사진=MBN.
- 내년 시즌 목표
"리그 우승이 저희는 좀 절박하기 때문에 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도전자 입장으로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좀 보여드리는 게 목표고요. 또, 저희가 탑이 바뀌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초반에 좀 부진해도 중후반에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월즈 2회 우승에서 그치지 않고 또 내년, 내후년을 열심히 달려서 T1에 있는 동안 정글러로서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 팬분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고, 또 응원 부탁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형규 기자 choibro@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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