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깜짝 선두'…100%대 인플레 여파 등 집권당심판론 먹혀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진행된 예비선거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계열 제3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4년 전 친(親)시장주의자 대신 좌파를 택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더 깊어진 경제 위기에 이번엔 '완전히 오른쪽'으로 돌아서는 분위기입니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실시간 개표 결과를 보면 전날 치러진 예비선거 성격의 '파소'(PASO·Primarias, Abiertas, Simultaneas y Obligatoria)에서 극우파 '진보자유'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52) 하원 의원이 30.0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집권 세력인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의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은 21.40%로 2위로 밀렸고, 제1야권인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 후보 2명이 16.98%와 11.29%로 나란히 3, 4위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변화를 위해 함께'는 후보 연대를 할 경우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지지를 얻었습니다.
밀레이 의원은 특히 유권자가 많은 코르도바·산타페·멘도사주를 비롯해 24개 주 가운데 16개 주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그간의 여론조사 추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예비선거 전 실시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와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의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예비선거 참패한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 '수심' / 사진=연합뉴스
밀레이 후보는 이번 예비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선에서 승리해 이 나라에 기생하며 도둑질하는 쓸모없는 정치 계급을 종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현지에서도 "충격적인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게 한 주인공인 밀레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입니다.
여러 차례 연설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정의한 그는 지난 수십 년간 권력 다툼을 하며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인 '조국을 위한 연합' 계열)와 '마크리스모'(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운동·보수 야당인 '변화를 위해 함께' 계열)에 대한 심판론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 특히 달러 공식 통화 채택과 공기업 민영화 등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 재정 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또 "각종 범죄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며 무기 판매를 장려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여러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것과 닮아서, 현지에서는 밀레이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밀레이 후보의 공약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중앙은행 폐쇄'입니다.
그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100%대 이를 정도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비판하며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1935년 문을 연 중앙은행에 있다"며 무용론을 띄워 여러 학자를 놀라게 한 바 있다고 라나시온은 전했습니다.
그는 또 현재 18개의 정부 부처를 최대 8개로 줄이는 안과, 장기 매매 합법화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파소는 전체 유권자(올해는 3천500만여명)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 표심을 직접 확인해볼 기회로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파소 결과는 대체로 본선 결과와 일치했습니다. 이날 투표율은 69.62%였습니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이 확정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1월에 1, 2위 후보가 다시 결선 투표를 치릅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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