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개고기 축제를 앞두고 시중에 수백 마리의 개를 공급하려던 일당이 현지 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굶주림과 탈수에 시달린 채 이송되던 개들은 당국에 의해 압수·구조됐고, 경찰 격리시설로 모두 이송됐다.
22일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경찰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한 고속도로에서 불법으로 개 수백 마리를 이송 중인 차량을 포착했다.
이 트럭은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위린에서 약 800km 떨어진 지점에서 당국에 적발됐다. HSI는 무려 386마리의 개가 좁은 철조망에 욱여넣어 진 채 트럭 짐칸에 쌓여있었다고 설명했다.
HSI가 공개한 영상에는 이 같은 모습과 현지 경찰이 고속도로에서 트럭을 정차시키고 검문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철망에 갇힌 개 중에는 반려견용 목걸이를 착용 중인 개들도 더러 있었다.
적발 당시 현장에 있었던 활동가 린 시옹은 "그렇게 많은 개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장면을 보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며 "(개들은) 아마도 며칠 동안 트럭에 실려있었을 것이고, 탈수와 굶주림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옹은 "실제로 트럭에 있던 개 중 많은 수가 눈병과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며 "육안상으로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HSI에 따르면 구조된 개들은 위린 지역 상인들에게 공급돼 보신탕 등 식용 목적으로 도축될 예정이었다. 위린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해마다 6월 21일 하지를 맞아 개고기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가 열리기 이틀 전에 이번 단속이 이뤄진 것.
HSI 중국 정책 전문가인 피터 리 박사는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음에도 위린 등 남부 지역 중에는 개고기를 소비하는 곳이 있다"며 "수백만 마리의 개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박사는 "구조된 개들은 3주 뒤 HSI가 지원하는 중국 북부 소재 보호소나 다른 구조 시설로 이송될 것"이라며 "이 개들은 운이 좋은 소수"라고 부연했다.
이번 단속은 밀매업자가 검역증명서와 건강증명서 등을 당국에 제시하지 못해 이뤄졌다.
HSI에 따르면 중국에서 개고기 거래는 위법이 아니지만,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방의 국경을 넘어 살아있는 동물을 운송할 경우 반드시 검역증명서와 건강증명서 등을 지참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밀매업자가 서류를 지참한 상태였다면 당국이 단속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는 것이다. 광둥성 선진시와 주하이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식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