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빵 공장' 가동이 멈출 위기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러시아 침공으로 100일 넘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곡물 산출이 풍부했던 우크라이나의 농업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농지, 농기계, 가축 등의 피해액이 43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농업 피해 절반이 지뢰와 포탄 잔해 등으로 인한 토양 오염과 수확하지 못한 작물이라고 분석했다.
또 피해액 4분의 1인 9억26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는 농기계 파괴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농업생산 감소와 곡물 수출 차질로 전 세계 수천만명이 기아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도 러시아 침공 이후 경작지의 25% 가량이 상실했다고 밝혔다.
타라스 비소츠키 우크라이나 농업부 차관은 "옥수수 경작지의 경우 지난해 5만500㎢에서 4만6000㎢로 감소했다"며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곡물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며 농민들이 파종 곡물 종류를 바꿔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곡물 창고 등 주요 농업 기반 시설을 폭격해 대량의 식량을 소실시키고 항구마저 봉쇄해 수출도 막고 있다.
앞서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연설에서 "2200만t의 곡물이 저장고에 있지만 국제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공급이 차질을 빚음에 따라 국제 곡물시장에서 가격이 폭등하고 곡물 수입에 의존하는 개도국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식량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가 봉쇄하고 있는 흑해를 풀어도 적어도 반년 이상은 수출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흑해 항구 주변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상 수출길이 막히자 인접국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수송 통로를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병목현상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상태다.
드미트로 세닉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육상통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폴란드로는 철도를 통해 수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폴란드는 옛소련 출신인 우크라이나와 철로 궤도 넓이가 달라 기차에서 물품을 내렸다가 다시 실어야 해서 물류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루마니아로 통하는 경로는 먼저 철도를 경유해 다뉴브강 항구로 갔다가 다시 바지선에 화물을 싣고 콘스탄차 항구로 향하는 과정이라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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