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 봄부터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바다로 흘러들 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협조 부족에 영향 파악에 필수적인 오염 확산 모델 분석조차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승인했다. NHK도 지난달 26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방출 계획 관련 사전 방수 저장시설을 이달 초 착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전 방수 저장시설은 원전에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시킨 뒤 방출 전 저장하는 임시로 저장하는 장치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은 1년여 전인 작년 4월13일 일본 정부 각료회의에서 공식 결정됐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함유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을 배출기준치 이내로 처리하고,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경우 바다로 들어가는 삼중수소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오염수 방출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해양 방사능 오염이 돼 국민들이 암과 유전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는 주장과 일본이 오염수를 다시 정화하지 않고 방류해도 국내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 등 상반된 정보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어민들을 중심으로 오염수의 국내 유입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이 국내 환경에 끼칠 영향을 예측해보는 것은 오염수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전제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도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 결정 직후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을 통해 우리 환경과 국민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1년 여가 지났지만 모델 분석은 시작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모델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일본의 데이터도 받아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모델링 분석에 필요한 해양 방출 예정 방사성 핵종의 농도와 방출량, 방출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일본이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은 관련 기관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부터 구축작업에 들어가 2017년에 일단 개발이 완료됐다. 하지만, 평가 모델은 돌려볼 기회도 없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에 관한 기본 입력자료를 받은 게 없기 때문에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일 국장급 화상회의에서도 자료 제공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쪽으로부터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한국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직접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일본이 오염수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사이 도쿄전력은 사전 방수 저장시설 공사를 시작으로 후쿠시마현 등 관련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 해저 터널 등 본격적인 시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여전히 지역 주민과 어민들이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어떻게 이들을 설득해 계획을 추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NHK는 보도했다.
한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지난 18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려는 도쿄전력의 계획을 승인했다.
도쿄 전력은 오염수를 바다 방출과 관련된 세부계획을 마련했고 이를 지난해 12월 NRA에 제출했다. 계획에 따라 도쿄전력은 지난해 12월부터 원전 오염수 방출을 위한 공사를 관활 지역 해저터널 인근에서 시작했고 이 작업을 후쿠시마현과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어 내년 4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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