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러시아가 참석하자 주요국 일부 장관들이 퇴장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표시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장 안팎에서는 러시아의 G20 회의 참석에 불만과 함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서방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에 러시아는 G20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맹공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이 중심이 돼 이뤄졌고 중국과 인도 등 G20 회원국들은 동조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전했다.
WP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날 러시아측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을 나갔다.
우크라이나 재무장관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고위급 경제관리들도 회의장을 나왔고 화상으로 참석한 일부 관리도 화면을 꺼버렸다.
이번 G20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러시아 발언 도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번 재무 장관 회의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첫 개최된 회의인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일부 서방은 회의전부터 러시아의 G20회의 퇴출을 주장했다.
러시아 측에선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참여했고, 티무르 막시모프 재무부 차관은 회의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서방의 일부 장관들은 러시아를 향해 "왜 이 회의실에 앉아 있느냐"며 러시아의 참석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러시아 차관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달하라고 촉구했고,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고립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국제 경제의 질병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면역 세포에 해당한다고 한 뒤 러시아를 막지 못하면 감염이 확산하고 오염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종 지원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일부 서방이 이날 회의에서 보여준 모습과 자국에 가한 각종 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회의 후 성명에서 미국 등의 회의 퇴장은 언급하지 않은 채 회원국 간 대화를 정치화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G20 회의가 항상 경제에 초점을 맞춰왔음을 강조했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서방의 퇴장이 G20의 폭넓은 논의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면서 "이 일이 G20의 협력이나 중요성을 약화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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