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 학살하고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 여성들이 러시아군의 표적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국 ITV방송은 지난 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북쪽 이반키우의 마리나 베샤스트나 부사장이 러시아가 점령했던 35일간의 충격적 사건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ITV에 따르면 베샤스트나 부사장은 "한 마을에서 15세, 16세 자매가 러시아군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러시아군이 여성들의 머리채를 잡고 지하실로 끌고 갔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이 지역에 사는 여성들은 러시아군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머리를 모두 짧게 잘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이후로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개전 초부터 러시아군에 점령됐던 이반키우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하자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언론과 인권 단체에 이들의 만행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5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 하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우크라 여성의 몸에 나치 문양 화상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그가 공개한 여성 시신 사진에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독일군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모양이 몸에 새겨져 있다. 또 몸 주변에는 멍 흔적이 있어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시신 발견 당시 몹시 마른 상태였다고 바실렌코 의원은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나치 문양을 한 쇳덩이를 달궈 우크라이나 여성의 몸에 지졌다"며 "이들은 점령지에서 강간과 약탈, 살인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우크라이나 검찰청이 '러시아군 성폭행 사건'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키이우에서 조금 떨어진 셰첸코프의 작은 마을에 사는 나탈리아(33·가명)가 지난 3월 9일 러시아 병사들에게 무참히 성폭행 당하고 남편은 이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나탈리아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을 향해 '나치'라고 하며 총으로 살해했다"며 "나에게는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범행 내내 나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엔은 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격정지를 결정하는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유효투표를 한 117개국 중 3분의2가 넘는 93개국의 찬성으로 러시아 퇴출안이 가결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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