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핵전쟁의 전망은 이제 다시 가능성의 영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시설의 안전과 안전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태세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 "뼛속까지 으스스해질 정도로 오싹했던 상황"이라면서 "우연이든 고의적이든 추가적인 전쟁 확대는 모든 인류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이 공격적인 발언을 하자 군사령부에 핵 억지력을 고도의 경계 태세에 두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핵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내에서만 최소 190만 명이 집을 떠나야만 했고, 지난 2주간 28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다른 나라들에 수용된 상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매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과 파괴가 심해지고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전쟁은 승자가 없고 패자만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빈국의 기아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공급되는 밀의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 중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굶주림의 허리케인과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라며 "식품, 연료, 비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강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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