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에서 크게 망신 당한 여론조사 기관이 4년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다수 여론조사 결과들이 꾸준히 가리킨 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한 덕분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전국 지지율 격차와 별개로 이번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승자를 점치기 어려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제와 '샤이 트럼프'의 존재 때문이다.
미국은 간접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대통령 되려면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주요 경합주를 많이 차지해야 한다. 전국 단위 지지율 보다 경합주 지지율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다수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겨우 오차범위 내 리드를 보인 바이든 후보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양상이었던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샤이 트럼프'의 존재다. 사회적 평판 등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숨은 지지층까지 고려하면 오차범위 내 경합주들에서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조차 두려워한 이 시나리오는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상 우위를 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미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써티에잇과 온라인매체 복스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유권자의 비중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여론조사 응답자의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고졸 이하 응답자 비중을 늘리는 대신 대졸 이상 응답자 비중을 줄였다는 뜻이다.
입소스, 퓨리서치센터와 같은 곳은 한발 더 나아가 각 인종 그룹 내에서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부여해 정밀성을 더욱 높였다.
기존 여론조사 응답자 중 도시 거주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시골 거주자 비중을 높였고,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그 결과 바이든 후보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북부 '러스트벨트'를 탈환하고,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에서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짚어낼 수 있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pa08615441 Trump supporters exit after US President Donald J. Trump spoke at a campaign stop at the Miriotti Building Products Factory in Old Forge, Pennsylvania, USA, 20 August 2020. The Trump campaign plans numerous stops in the seven 'Rust Belt' states. EPA/Peter Fo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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