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각국에 전하는 메시지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 탐욕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비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 각종 경제적 인센티브로 성장한 기업들이 팬데믹 하에서 무작정 대량 해고를 단행하는 게 결코 온당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인 3일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주의 가톨릭 성지인 아시시를 방문하고 이곳에서 인간의 박애 정신을 주제로 한 회칙을 서명, 반포했다. 아시시는 프란치스코 수도회 창시자이자 평생 청빈한 삶을 산 것으로 알려진 프란치스코 성인(1181~1226)이 출생하고 선종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 회칙에서 교황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하는 경제 시스템의 위기와 빈부 격차 문제를 염두에 둔 듯 자유시장 경제의 한계를 이례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아무리 사유재산 원칙이 중요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아무 것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만 사치를 누리는 경우 절대적 권리로 간주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자유시장에서 거대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감세와 다양한 정책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이른바 부의 파급효과(Spillover) 혹은 낙수효과(Trickle-down)가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교황은 이 같은 낙수효과를 '신자유주의적 믿음의 교리'로 지칭하며 "좋은 경제 정책은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창출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시대에서 대기업들이 대량 해고를 단행하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문제를 '낙수효과'라는 이론으로 우회 비판하며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촉구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될 당시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낙수효과 이론에 대해 당시에도 “과거에는 잔에 물이 차면 넘치는 부분이 가난한 이들의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가득 찬 잔이 더 커지는 마술을 부리고 (넘치는 부분이 없어지는 바람에) 가난한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우호적 정책 편의로 기업들이 부를 채우더라도 탐욕을 끝없이 확장하는 탓에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이밖에도 80페이지가 넘는 이번 회칙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의 불평등 문제와 더불어 인종주의와 반이민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각국에 우려의 메시지를 표했다. 교황의 회칙(回勅)은 전세계 교회에 교황이 전하는 공식적 사목교서로 주로 교리적이거나 도덕적, 규율적 문제를 다룬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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