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전세계에 피해를 주는 와중에 미국과 중국이 '영사관 폐쇄' 보복전을 벌이면서 뉴욕 증시에도 불안한 분위기가 도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으로 비유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공격에 나섰고 중국에서는 국제 사회를 향한 '시 주석의 입' 역할을 하는 중국 영문판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이 24일(현지시간) 중국 소재 미국 핵심 영사관 '폐쇄 통보' 발표를 예고하며 반격에 나섰다. 뉴욕 증시에서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400만 명을 돌파하고 실업자 증가세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기술 기업들 주가가 급락했다. 반대편에서는 중국이 코로나19 백신과 IT 기술을 훔쳤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도 코로나 원조 외교에 나서면서 국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가 아는 바로는 당국이 오는 금요일(7월 24일) 중국 주재 미국 영사관 1곳 폐쇄 통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 성격"이라고 언급하면서 양국이 서로 영사관을 폐쇄하며 외교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부각시켰다. 그는 "로이터통신 등이 우한 소재 미국 영사관 폐쇄 가능성을 거론했으나 이는 (보복으로서)불충분한 것이며 미국이 진정한 고통을 느낄 만한 전혀 예측지 못한 것을 중국은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트럼프의 팀에는 폼페이오같은 미친 사람들이 많다"면서 "미국인들을 향해 나는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강력히 촉구한다. 이는 오히려 중국의 연대감을 강화시킨다"고 비아냥대는 표현을 했다.
후 편집장이 이같이 나온 것은 같은 날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에서 연설하면서 '백신과 IT, 데이터 등 기밀 사항 훔치기·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활용한 코로나19 발원국 책임 회피' 등 그간 중국 관련 의혹에 대한 불만을 토한 데 따른 반응이다. 23일 폼페이오 장관은 캘리포니아 주 요바린다 지역 소재 닉슨 도서관에서 연설하면서 중국인을 향해 시진핑 정권에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중국인들을 향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공산당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들은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 신봉자인 시진핑과 공산당 체제 하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살아간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밖에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누더기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어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장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재임 당시 자신이 중국 공산당에게 개방적으로 대해준 것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면서 "중국에 대한 개방 정책의 진실은 중국의 '실패한 경제'(China's failing economy)를 부활시켜준 셈이었으며 중국은 자신을 먹여 살려준 국제 사회의 손을 물어 뜯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한 닉슨 도서관은 닉슨 전 대통령을 기념한 도서관이다. 1970년대 재임한 닉슨 전 대통령(1969년 1월 ~1974년 8월 재임)은 '강경 반공주의자'로 통했지만 냉전의 흐름을 대화로 바꾸는 역할도 했다. 임기 동안인 1972년 2월 21일,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적성국'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중국 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중 데탕트'(양국 긴장 완화) 시대를 열었고 이후 1979년 미국과 중국은 수교를 통해 대사급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총장이 중국에 매수됐다고 비판했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WHO(의 사무총장)는 중국이 지정해서 뽑았다(co-opt)"고 언급했다. 중국 신화망에 따르면 거브러여수스 WHO 당선자는 지난 2017년 취임을 앞두고 시 주석이 추진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폼페이오 장관과 중국의 후 편집장이 장외 설전을 벌인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은 24일부로 양국간 영사관 폐쇄 보복전이 격화될 지 여부에 눈길을 두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은 후 편집장은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만한 곳으로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을 언급하면서 미국 측 인력 대폭 축소 를 요구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22일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갑자기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 하라고 통보했다"면서 "미국이 통보를 철회하지 않으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퍼스트(SCMP)는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폐쇄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콩을 제외히고 중국 본토 내 미국 영사관은 청두와 광저우, 상하이, 심양 등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21일 텍사스 휴스턴 소재 중국 영사관에 폐쇄를 요구했다. 23일 폼페이오 장관은 폐쇄 요구 이유에 대해 "미국의 지적 재산권 및 국민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서 "해당 영사관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 중심지"라고 말했다. 미국 측 통보가 있은 21일 저녁 해당 중국 영사관 뜰에서는 영사관 직원들이 관련 서류를 태워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와 연기가 피어올라 주민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출동했지만, 중국 영사관이 허용하지 않아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스턴 영사관 외에 추가로 중국 공관을 폐쇄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24일 중국 측 보복이 나오면 미국이 또다른 대응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22일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비자 사기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기소한 중국인 군사 연구원 탕주안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성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도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으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영사관이 그를 숨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휴스턴 외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 시카고, 뉴욕 등에 영사관을 두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미·중 외교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23일 뉴욕증시에서는 3대 대표 주가 지수인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30(-1.31%)과 '대형주 중심' S&P500(-1.23%), '기술주 중심' 나스닥(-2.29%)이 일제히 하락세를 그었다. 그간 뉴욕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나스닥 지수는 인기 기술주인 이른바 'MAGAT' 주가가 급락하면서 덩달아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4.35%)와 아마존(-3.66%), 구글 모회사 알파벳(-3.07%),애플(-4.55%),테슬라(-4.98%)등 MAGAT는 일제히 4%선을 넘나들며 가파르게 주가가 떨어졌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CE달러 인덱스도 0.2%떨어져 지난 201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 금 9월물은 1온스당 1890 달러 선으로 거래일 대비 1.3% 올라 9년 만(2011년 8월 1891.90 달러) 이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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