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경제대국' 브라질이 유엔(UN) 회비를 밀리는 바람에 총회 투표권을 박탈당할 위기를 맞았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다음으로 회비를 가장 많이 밀린 브라질이 올해 말까지 1억2660만 달러(약 1506억5000만원)을 내지 않으면 브라질 사상 최초로 UN총회 투표권을 잃게될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회비란 193개 UN 회원국이 내는 분담금을 말한다. 브라질이 내지 않은 회비는 올해 12월 현재 4억1580만 달러(약 4948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올해 밀린 돈만 1억43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UN규정에 따르면 브라질이 투표권을 지키려면 올해 12월 말까지 1억266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규정 상 회원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누적된 체납 회비가 직전 2개 연도 회비를 합친 금액 이상이면 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현재 소말리아와 코모로스, 상투메프린시페가 회비 미납 탓에 투표권 박탈 대상이지만, UN은 지난 10월 총회에서 이들 국가의 경제 사정 등을 감안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브라질은 지난 2017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신청했으며, 최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민영화·연금 개혁을 통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이끄는 등 당장 특별한 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브라질 경제부는 투표권을 잃는 불명예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국 의회에 1억3000만 달러 어치 추가예산을 요구했다.
!["여러분 회비 좀 내세요…" 지난 10월 뉴욕에서 열린 UN총회에서 회비 체납에 따른 자금난을 호소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출처 = UN·알자지라]](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9/12/06/631404092130.jpg)
"여러분 회비 좀 내세요…" 지난 10월 뉴욕에서 열린 UN총회에서 회비 체납에 따른 자금난을 호소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 [출처 = UN·알자지라]
UN은 미국을 위시한 주요 회원국이 회비를 제 때 내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8일 뉴욕에서 열린 UN총회 당시 안토니우 쿠테흐스 사무총장은 "UN은 이달 부로 10년 만에 최악의 적자 상태"라면서 "현금이 없어 당장 다음 달 직원들 월급주기도 힘들고 평화유지군을 비롯한 UN주요 업무가 중단될 위기"라고 호소한 바 있다.지난 10월 기준 UN 회비 누적 미납액 규모는 13억8500만 달러다. 58개국이 회비를 제 때 내지 않고 있다. 밀린 회비 누적액 순위를 보면 1위 미국에 이어 2위는 브라질, 3위는 아르헨티나, 4위는 멕시코, 5위는 이란, 6위 이스라엘, 7위 베네수엘라 순이다. 이들 7개국이 밀린 회비가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 위기에 놓였고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미국 발 경제 제재와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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