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 부흥 의지에도 북한 경제가 급격한 하강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한기범 북한연구소 석좌연구위원은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11월호에 실린 '북한의 경제개혁 의제 설정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이 2018년 4월 밝힌 '새로운 전략노선(경제총력 선언)'은 핵 협상 부진과 제재 지속으로 사실상 실행 불능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북한의 경제개혁 추진 곡선을 보면 처음에는 완만한 파고로 너울대다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김정일·김정은 시기에 급격한 커브를 보여 개혁과 반개혁의 진통이 극심해짐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시기에 개혁조치의 수용 정도는 대폭적이어서 선대에 금기시했던 조치들이 큰 논란 없이 받아들여졌지만, 개혁조치 실행 여건은 김정일 시기보다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은 "우선 경제제재가 더해져 외부수혈이 줄고, 그 결과 자체 자원동원을 강제하고 시장 활용도를 늘리는 내부 순환을 가속화했지만 경제난은 심화됐다"며 "원자재·에너지·외화 부족으로 개혁조치 확대 효과는 마치 새로 도입한 기계에 원료를 대지 못하고 기름을 치지 못해 거의 쓸모가 없게 된 것과 흡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재와 압박에 맞대응한다는 정치 논리가 중시돼 경제는 다시 심각한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하강국면을 보일 소지가 다분하다"며 "위기의 반작용으로 다시 대담한 개혁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주체'(지도자, 엘리트, 민중)의 역량에 따라 반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짧지만 큰 폭의 경제 개혁을 단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그 배경으로 북한 정권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 세습체제에서 경험한 개혁의제 설정 과정에서의 3가지 공통점을 들었다.
우선 '주체의 강화'라는 정치논리와 경제개혁 논리가 순환했고, 개혁과제는 초기 유보적이다가 지체된 뒤 절충 수용되는 불완전성이 나타났다. 그 결과 개혁성과가 부진한 책임으로 경제 간부들이 숙청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이 같은 개혁·개방에 대한 정치적 속박이 북한 3대 세습정권을 관통하는 구조화된 특성을 보이면서 결국 '개혁 개방=허튼소리'로 귀결돼 경제개혁 문제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굽히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지도자의 입장과 달리 북한의 경제관리 방식은 변화된 현실 반영이 불가피해 시장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개혁방향이 설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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