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홍콩이공대가 사실상 함락되자 시위의 향후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모레(24일) 구의원 선거가 시위대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홍콩 경찰이 도심 '점심 시위', 학교 주변 '인간 띠 시위' 등을 모두 조기 진압하면서 홍콩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대중교통 방해 운동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21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으로 공식 취임한 지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시위 대응 기조를 '조기 진압' 기조로 바꾼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날 센트럴 지역에서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직장인들의 '점심 시위'가 열렸지만, 경찰 수십명이 배치돼 시위 참여자들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불법 집회 중'이라는 표시판을 수차례 들며 압박했습니다.
이에 이날 점심 시위는 도로가 아닌 센트럴에 있는 IFC 쇼핑몰 내에서 열렸습니다.
이들은 오른손을 들고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환영하면서 성조기를 흔드는 시위대도 있었습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입니다.
경찰의 강경 대응이 이어지면서 홍콩 시위는 사실상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대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이공대에서는 이탈자가 계속 늘어나 현재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는 고작 6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습니다.
전날까지 홍콩 이공대를 빠져나오다가 체포되거나 투항한 시위대는 1천여 명에 달하며, 이들 가운데 300여 명이 18살 미만입니다.
소수만 남은 시위대는 여전히 경찰에 자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20살 학생 미셸은 "항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항복은 죄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인데 우리 중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콩 시위대가 수세에 몰리면서 시위대의 온라인 토론방인 'LIHKG'에서는 시위의 향후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시위자가 홍콩 곳곳의 쇼핑몰에서 '노래 시위'를 벌여 이공대 시위대가 휴식을 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시위자는 경찰에 체포될 위험이 있다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중교통 방해 운동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려 일부는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 운동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위자도 있었습니다.
일부 시위자는 모레(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기대하면서 정부가 선거를 연기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당분간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모레(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며,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범민주 진영이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의원 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이공대 시위 실패로 큰 타격을 입은 시위대가 동력을 잃게 될지, 모레(24일) 구의원 선거를 통해 단합된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며 "온라인 토론방에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지도부가 없는 홍콩 시위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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