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정권인수위 시절 미국 정부의 제재대상인 러시아 국영 은행 대표를 밀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트럼프정권과 러시아 내통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은행인 브네시코놈뱅크(VEB) 측이 지난 1월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과 쿠슈너 고문이 만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최근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쿠슈너 고문이 지난 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면담했으며, 이 때 키슬략 대사가 쿠슈너와 고르코프 은행장의 면담을 추진했다. VEB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 은행과의 금융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포린폴리시(FP)는 쿠슈너 고문이 만난 고르코프 행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러시아 정보기관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의회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쿠슈너 고문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상원 정보위는 오는 30일 처음으로 공개 청문회를 열어 러시아의 민주당 해킹사건을 조사한다.
하원 정보위도 조만간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불러 추가 보고를 받기로 했다. 또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친러시아 몸통'으로 지목된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권의 이른바 '크렘린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내통 의혹과 이에 대한 측근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 당초 공약했던 세제개편, 인프라투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주요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반이민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트럼프케어가 좌초하면서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36%로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돌파를 위해 쿠슈너 고문에게 정부 조직과 경제 분야 개혁의 주도권을 넘기며 신설 '미국혁신국(Office of American Innovation)' 국장으로 임명하는 등 친인척 정치로 기울고 있다. 또 내부 반발에 직면한 공화당 대신 야당인 민주당과도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