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대통령은 나라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South Korea’s president must put the nation first)’라는 제목의 29일자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빠른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FT는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 진행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정작 자신은 검찰의 대면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입장은 ‘방어될 수 없는(untenable)’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속히 응하고 그의 ‘샤먼 조언자’로 불리는 최순실과의 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를 하지 못하겠다면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국가마비와 정치적 혼란의 상황을 종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때 “국가와 결혼했다”라고 말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박 대통령이 임기를 지켜도 결국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며 임기를 고집하면 여러 방면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에 헤아릴 수 없는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빠른 결단만이 현재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북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FT는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폐단의 정도를 고려했을 때, 박 대통령을 이을 다음 대통령이 한국 경제의 근간을 갉아먹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문제를 깨끗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FT는 박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가는 순간, 한국 사회가 더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희망이 생겨난다고 표현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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