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군사·안보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10년 넘게 벤처투자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0년부터 CIA가 ‘인큐텔(In-Q-Tel)’이란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며 325건 가량의 투자를 진행했고, 이 중 100건 가량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인큐텔은 연간 1억2000만달러(약 1342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큐텔의 운영자금은 대부분 CIA에서 나오며, 국가안보국(NSA)·연방수사국(FBI)·국방부 등도 일부 자금을 지원했다. 사실상 국민 세금을 통해 운영되는 셈이다.
인큐텔은 위성, 언어해석 등 당장은 수익성이 크지 않더라도 군사·안보분야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카펫에 포함된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던 업체에 투자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독극물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공사례다. 이외에 휴대용 위성안테나, 체공시간이 수백시간이 넘는 소형 드론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인큐텔의 투자 덕분이다.
크리스토퍼 다비 인큐텔 최고경영자(CEO)는 “인큐텔 덕분에 개발된 기술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감사의 인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사 운용이 독립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큐텔은 이사진에 참여한 인물들과 관계된 업체에 투자한 사례가 17건이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WSJ에 따르면 인큐텔 이사진 중 절반가량이 투자대상 업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큐텔이 벤처투자회사인 동시에 사실상 CIA의 통제를 받는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인큐텔은 군사·안보기술 양성이라는 독특한 투자목표를 갖고있는 만큼, 이 분야와 무관한 인물을 이사진에 선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널드 길슨 컬럼비아대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투명성을 원한다면 해당 업계와 전혀 이권이 관련되지 않은 인물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인물들은 대체로 쓸모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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