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신보호무역 바람을 경쟁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자유무역협정(FTA)을 싸잡아 비난 수위를 높이자 힐러리도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발톱을 세우는 양상이다.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트럼프는 자유경제체제 하에서 미국이 쌓아올린 대외통상의 금자탑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릴 기세다. 트럼프는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며 재협상 또는 재검토 방침을 시사해온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예 ‘재앙’으로까지 표현한게 대표적인 예다.
그는 미국이 외국과 잘못 체결한 FTA 때문에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도 사라졌다는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NAFTA과 함께 한·미 FTA를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NAFTA에 서명한 이후 버지니아는 지역 내 제조업 일자리 3개 중 1개를 잃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직시절이던 2011년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한미FTA)을 강행 처리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TPP는 우리의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되게 할 것”이라며 “나는 우리 노동자를 해치거나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해치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상마찰의 칼날을 세웠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힐러리 조차도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미묘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에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너무나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제는 과도한 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무역정책을 개발해 여러 해 전에 협상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힐러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불공정 무역협정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며 “미국 내 철강,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 노동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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