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속 70대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벤’은 삶의 공허함에서 벗어나고자 인터넷 패션몰의 시니어 인턴에 지원했다.
일 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간 이들은 비단 영화 속에만 있지 않았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의 머시노인간호시설은 최근 새로운 인턴을 고용했다. 주인공은 78세의 켄 홈즈다.
홈즈는 지난 30년 동안 멜버른대학에서 과학과 수술도구 제작자로 일하다 10년 전 은퇴했다.
투병 중이던 부인 베아트리체를 간호하며 노후를 보내던 그는 베아트리체의 죽음 이후 간병인으로 두 번째 삶을 결심했다.
홈즈는 노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며 “내 또래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답도 없는 개와 고양이에게 말 거는 것도 지쳤다”며 “내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홈즈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년층도 ‘자신을 위해’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통계청이 55~79세 연령층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일을 더 하기를 원했다.
그 이유로 ‘생활비 보탬’ 등의 경제적인 요인이 57%로 가장 많았지만 홈즈처럼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는 설문자도 35.9%에 달했다.
이렇듯 노년층의 근로 의지가 나날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기업 등은 ‘시니어 인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CJ·유한킴벌리·GS리테일 같은 대기업들은 사회 공헌 활동의 하나로 시니어 인턴제도를 운용한다.
특히 유한킴벌리 고객지원센터에는 57~60세 상담사 8명이 정식 직원으로 고용, 맞춤형 일자리 제도를 만들었다.
상담사들은 노인용 요실금 언더웨어 제품에 대한 고객 문의에 답하는 일을 맡아, 4명씩 2개 조로 나뉘어 하루에 4시간씩 근무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2011년부터 만 60세 이상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최대 6개월 동안 인건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인턴십 참여자는 2011년 3643명에서 올해는 1~9월 5996명으로 늘었다.
아울러 누적 참여자는 2만2000명, 참여 기업은 2120곳에 달한다.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96.3%, 참여 기업 중 93.6%는 재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시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더 발굴하고, 직무설계와 사후관리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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