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대학학생회 연합체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대표인 알렉스 차우 윙홍(周永康·24) 비서장은 29일 오전 정부청사 앞 도로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홍콩 정부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선거안 철회를 요청하지 않겠다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직접 대화를 주선해 달라"고 말했다.
이미 한 달을 넘긴 홍콩 학생과 시민의 도심 점거 운동에도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입후보자 자격을 제한한 전인대의 선거안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인지 그는 지난달 22일 홍콩중문대 백만대도(百萬大道) 광장에서 24개 대학의 동맹 휴업개시를 선언할 때보다 격앙돼 있었다.
장기화한 점거 운동의 진로와 관련, 차우 비서장은 "불확실성이 많아서 누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조기에 운동을 끝내려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홍콩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운동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과도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점거 운동을 함께 주도해 온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센트럴 점령)의 공동 대표인 베니 타이 이우-팅(戴耀延·50) 홍콩대 법대 교수와 찬킨만(陳健民·55) 홍콩중문대 소속 사회학자가 전날 대학 강단으로 복귀하기로 한 터여서 차우 비서장은 18세의 조슈아 웡 치-펑(黃之鋒) 학민사조(學民思潮·중고등학생 단체) 위원장과 함께 시위 현장을 지휘하게 됐다.
그는 센트럴점령 대표들의 강단 복귀에 대해 "일상생활을 위한 것이며 민주화 운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운동을 크게 약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 군대가 출동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정부와 친중(親中)단체 등의 시위 중단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희생할 각오도 돼 있다고 말한다"며 "시민은 무기가 등장하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모이는 방식으로 최후의 순간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홍콩의 '색깔혁명'(정권 교체혁명)을 조장한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홍콩 시민이 이미 설득당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우 비서장은 또 "중국 정부가 통치에 자신감이 있다면 정부 결정에 반대한다고 해서 색깔 혁명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해 그는 "한국이 오랜 기간 민주화 운동을 한 것에서 보듯이 홍콩도 하루아침에 민주화를 쟁취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이번에 (행정장관 입후보자 자격 제한 철폐 등) 민주화 목표를 쟁취할 수 있다면 즉시 달려가 쟁취하겠지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차우 비서장은 "중국 정부의 결정을 바꾸게 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점거 운동을 시작했으므로 (단기간에 목표를 쟁취할 수 없다고 해서) 홍콩의 민주화 과정에 중요한 걸음인 이번 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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