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줬다. 증거가 있는데도 부정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리블린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1956년 이스라엘군의 아랍계 주민 학살 사건 추모식에 참석해 과거사를 반성했다고 일간 하레츠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중부의 카프르 카셈에서 열린 아랍계 주민 학살 추모식에 참석해 "유대인의 아들이자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카셈에서 발생했던 비열한 살해행위는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 아랍인과 유대인 간 관계의 역사에서 예외적이고 어두운 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여기에서 저질러진 범죄를 인정해왔으며 당연히, 그리고 정당하게 사죄해 왔다"며 "향후 세대에 이 힘든 시기를 가르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카프르 카셈 학살 사건은 제2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던 1956년 10월29일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카셈에 거주하는 아랍계 주민이 다수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카프르 카셈에 통금령을 내렸지만 일하러 나갔던 주민들은 대부분 통금령이 내려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경 경찰은 통금령을 어긴 주민에 발포 명령을 내렸고 이 때문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아랍계 주민 47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에서 유대인과 아랍계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한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앞서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카셈을 방문해 학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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