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합병, 회사 미래 도움된다 판단…피해 끼칠 의도 없어"

항소심서 최후진술
검찰,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과 회계 부정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소명에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검찰은 오늘(25일) 서울고법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작업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고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터라,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일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이 회장은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며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평생 회사에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 부디 저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부연했습니다.

이후 법원을 나온 뒤 이 회장은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선고 결과 어떻게 예측하느냐', '삼성의 위기를 해결할 방안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으며, 항소심 선고는 내년 초에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