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호소하며 쓰러진 상대 선수…박태준의 공격 견디다 기권 선언
박태준 "심판이 '갈려' 선언하기 전까지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
한국 태권도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선사한 박태준 선수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습니다.박태준 "심판이 '갈려' 선언하기 전까지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
결승전 상대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 선수가 고통스러워하며 매트에서 뒹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지시각 7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박태준 선수는 마고메도프 선수에게 기권승을 거뒀습니다.
1라운드 1분 7초를 남겨두고 마고메도프 선수는 발차기를 시도했다가 박태준 선수와 다리가 서로 엉키면서 쓰러졌습니다.
엄청난 고통을 호소한 마고메도프는 왼쪽 정강이 부분을 계속 매만졌고, 아제르바이잔 코치도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기권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지만, 마고메도프는 절대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심판에게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오히려 2라운드에서 날카로운 헤드 킥을 시도하는 등 박태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고메도프는 통증이 심한지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그리고 2라운드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몸통 발차기에 적중당한 뒤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돌렸습니다.
박태준은 거듭해서 마고메도프를 공격했고, 마고메도프는 매트 위로 쓰러졌습니다.
마우스피스까지 빠질 정도로 힘겨워하던 마고메도프는 결국 더는 경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관중들은 박태준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박태준이 부상을 입은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입장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메달 세리머니에서 두 선수는 언제 치열하게 싸웠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습니다.
박태준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상대 선수가 쓰러졌는데도 공격을 이어간 이유에 대해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고 나서 차면 반칙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이다.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지 않아서 공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상식로 향할 때 마고메도프 선수를 부축하는 등 우정을 보여준 장면에 대해서는 "원래 국제 대회에서 자주 보던 선수"라면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선수도 격투기라면 당연히 부딪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격려하고 부축해 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