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내려놨다는 말이 사실이고, 정확합니다.”
NC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25)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박민우에게 말을 붙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당시 NC는 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박민우도 “지금 인터뷰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 중 대표적인 불자로 알려진 그에게 ‘절은 다녀왔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자 특유의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박민우는 “쉬는 날이었던 어제(21일) 봉은사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이었던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에서 kt위즈와 3연전을 치른 NC는 22일부터 LG와 주중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창원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휴식을 서울에서 취했기에 숙소랑 가까운 봉은사를 들린 것이다.
박민우는 자신의 수비 포지션인 2루 언저리에 卍(만)자를 발로 그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卍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 박민우는 “재작년부터 루틴이었고, 올 초까지는 했는데, 2군에 내려갔다와서는 안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제 스스로 약하게 비춰지는 듯했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박민우는 그답지 않게 부침을 겪고 있다. 2014년 3할에 가까운 타율(0.298)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뒤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지난해까지 3할 타율과 두자릿수 도루를 보증했던 그이지만, 이달 13일까지 그의 시즌 타율은 0.190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시즌 후 발목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등 시즌 시작부터 엇나갔다. 물론 몸 상태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큰 부담감 때문이라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14일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5월 셋째주 타율 0.476(21타수 10안타)로 주간 타율 1위를 차지했다. 3안타 경기 두 번을 포함해 멀티히트만 세 번 몰아쳤다. 이제 박민우의 시즌이 시작된 듯 했다. 그러나 박민우는 “아니다. 아직 (타격감이) 올라왔다고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사실 운이 좋았다. 내야안타도 많이 나오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주간 타율 1위인줄도 몰랐다. 운이 좋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즌 스타트는 주변의 우려를 살만했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도 다녀왔다. 웃는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어느새 박민우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번뇌와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 그래도 어느 정도 평정심은 찾았다. 박민우는 “야구를 하면서 정말 야구가 멘탈스포츠라는 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비시즌에 수술을 하고 캠프 때 중도에 돌아와서 시즌 준비가 잘 안된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서 적극 경험했지만 타격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내 자신이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 같았다. 힘들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내려놨다. 길게 생각하기로 했다. 올해 야구하고 말 것 아니고 15년 이상 하고 싶은데, 나중에는 올해 초반 못한 것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쫓기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오늘 못 치면 내일 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부담이 됐던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대한 생각도 다시 미뤘다. 박민우는 “진짜 내려놨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물론 지난해 APBC를 다녀오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당연히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내려놨다. 가고 싶다는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 실력이 돼야 한다. 국가대표는 잘 하는 선수들이 가는 곳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가 있는 뒤 NC는 연패 숫자를 3경기 더 늘리며 5연패에 빠졌다. 최하위 탈출은 아직 요원하다. 다만 박민우는 이후에도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타율을 0.246까지 올렸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민우는 “팀 동료들과 팬분들께 죄송하다. 보답하는 건 잘하는 것밖에 없다. 시즌 많이 남았으니까. 더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팀도 어렵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게 맞다.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는 밝게 즐기려고 한다. 지고 있다보면 쉽지 않은데 노력하고 있다. 선배들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팀워크를 신경쓰자고 말한다. 야구는 9명이 하는 단체 스포츠이지만, 선수들 개개인이 잘하려고 하다보면 모여서 팀이 이긴다. 힘든 상황에도 이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또한 힘을 모으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민우는 다시 웃었다. “벤치에서 파이팅 많이 하고 그라운드 안에서는 팀 플레이 많이 해야죠.”
박민우
1993년 2월 06일생
185cm 80kg
마포초(용산리틀)-선린중-휘문고
2011년 제9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도루상)
2011년 이영민 타격상
2012년 신인 1라운드 전체 9순위(NC)
2014년 KBO리그 신인왕
2017년 APBC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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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25)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박민우에게 말을 붙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당시 NC는 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박민우도 “지금 인터뷰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선수 중 대표적인 불자로 알려진 그에게 ‘절은 다녀왔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그러자 특유의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박민우는 “쉬는 날이었던 어제(21일) 봉은사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이었던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에서 kt위즈와 3연전을 치른 NC는 22일부터 LG와 주중 3연전을 치르기 위해 창원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휴식을 서울에서 취했기에 숙소랑 가까운 봉은사를 들린 것이다.
박민우는 자신의 수비 포지션인 2루 언저리에 卍(만)자를 발로 그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卍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지 않는다. 박민우는 “재작년부터 루틴이었고, 올 초까지는 했는데, 2군에 내려갔다와서는 안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제 스스로 약하게 비춰지는 듯했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박민우는 그답지 않게 부침을 겪고 있다. 2014년 3할에 가까운 타율(0.298)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뒤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지난해까지 3할 타율과 두자릿수 도루를 보증했던 그이지만, 이달 13일까지 그의 시즌 타율은 0.190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시즌 후 발목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등 시즌 시작부터 엇나갔다. 물론 몸 상태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큰 부담감 때문이라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14일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5월 셋째주 타율 0.476(21타수 10안타)로 주간 타율 1위를 차지했다. 3안타 경기 두 번을 포함해 멀티히트만 세 번 몰아쳤다. 이제 박민우의 시즌이 시작된 듯 했다. 그러나 박민우는 “아니다. 아직 (타격감이) 올라왔다고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사실 운이 좋았다. 내야안타도 많이 나오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주간 타율 1위인줄도 몰랐다. 운이 좋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즌 스타트는 주변의 우려를 살만했다. 타격 부진으로 2군에도 다녀왔다. 웃는 표정이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어느새 박민우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번뇌와 고민이 많았던 시기다. 그래도 어느 정도 평정심은 찾았다. 박민우는 “야구를 하면서 정말 야구가 멘탈스포츠라는 점을 여실히 깨달았다. 비시즌에 수술을 하고 캠프 때 중도에 돌아와서 시즌 준비가 잘 안된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서 적극 경험했지만 타격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내 자신이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 같았다. 힘들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내려놨다. 길게 생각하기로 했다. 올해 야구하고 말 것 아니고 15년 이상 하고 싶은데, 나중에는 올해 초반 못한 것을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쫓기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오늘 못 치면 내일 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부담이 됐던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대한 생각도 다시 미뤘다. 박민우는 “진짜 내려놨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물론 지난해 APBC를 다녀오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다. 당연히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내려놨다. 가고 싶다는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 실력이 돼야 한다. 국가대표는 잘 하는 선수들이 가는 곳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가 있는 뒤 NC는 연패 숫자를 3경기 더 늘리며 5연패에 빠졌다. 최하위 탈출은 아직 요원하다. 다만 박민우는 이후에도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타율을 0.246까지 올렸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민우는 “팀 동료들과 팬분들께 죄송하다. 보답하는 건 잘하는 것밖에 없다. 시즌 많이 남았으니까. 더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팀도 어렵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게 맞다.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는 밝게 즐기려고 한다. 지고 있다보면 쉽지 않은데 노력하고 있다. 선배들도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이럴 때일수록 팀워크를 신경쓰자고 말한다. 야구는 9명이 하는 단체 스포츠이지만, 선수들 개개인이 잘하려고 하다보면 모여서 팀이 이긴다. 힘든 상황에도 이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또한 힘을 모으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민우는 다시 웃었다. “벤치에서 파이팅 많이 하고 그라운드 안에서는 팀 플레이 많이 해야죠.”
박민우
1993년 2월 06일생
185cm 80kg
마포초(용산리틀)-선린중-휘문고
2011년 제9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도루상)
2011년 이영민 타격상
2012년 신인 1라운드 전체 9순위(NC)
2014년 KBO리그 신인왕
2017년 APBC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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