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서민교 기자] 가을비가 옛 추억을 불렀을까. 양상문(53‧LG) 감독이 40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쭉 이어온 인연. 정을 떼고 외나무다리서 적으로 만난 김경문(56‧NC) 감독 이야기다.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지난 21일 창원 마산구장 3루 원정 더그아웃. 양 감독은 비에 흠뻑 젖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1루 더그아웃을 그렸다. 어린 시절 부산이 오버랩 되듯 김경문 감독과의 깊은 인연을 살며시 꺼내들었다.
양 감독은 김 감독보다 세 살 아래. 부산서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야구의 꿈을 키웠던 선후배 사이다. 부산 동성중, 고려대 시절을 함께 지낸 질긴 인연이기도 하다.
“감독님과는 13살 때인가, 그때부터 40년을 만난 깊은 인연”이라며 양 감독의 말문이 열렸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많다. 어렸을 때도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세수를 하고 안경을 놓고 오면 꼭 안경을 많이 챙겨주곤 하셨다.” 새카만 얼굴로 운동장서 공을 주고받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였다.
동성중을 먼저 졸업한 뒤 공주고로 진학한 김 감독은 양상문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했다. 양 감독은 “그때 ‘공주고로 와라’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난 못 가는 상황이었다. 그때 형‧동생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부산고로 진학한 양 감독은 전국대회 결승서 만나 2-4로 졌던 기억도 또렷했다. “공주고의 전국대회 우승이 읍 단위 고교팀 최초의 우승이었을 것이다.”
둘이 다시 의기투합한 것은 고려대. 3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다. 양 감독은 “고려대에서 3년을 함께 지내면서 형제 같은 형‧동생 사이였다”며 그저 미소가 번졌다.
세월이 훌쩍 지나 야구에 미쳐 있던 둘은 LG와 NC의 지휘봉을 잡고 다시 만났다. 김 감독은 신생팀 2년차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양 감독은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올라 반전의 드라마를 쓰며 2년 연속 가을야구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포스트시즌 첫 관문서 적으로 만난 것. “한편으론 기쁘더라. 각자의 성공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 아닌가.”
양 감독은 김 감독과의 맞대결 비교 자체를 민망해 했다. 양 감독은 “감독으로서 김경문 감독님과 레벨 차이가 많이 난다. 감독님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라며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과 대결을 하니까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고 추억에 푹 잠겼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프로의 세계. 양 감독은 “감독님과 함께 하는 기분 좋은 일인데, 서로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 냉혹하기도 하고 그렇다”며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대한 아쉬움 뒤 굳은 각오가 엿보였다.
김 감독도 이미 불편한 마음을 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를 통해 넌지시 밝혔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최선의 경기를 위해 다 같이 고생하는데, 서로 적으로 만나서 좀 그렇다”며 양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가을비 때문에 꺼내든 양 감독의 아날로그 감성. 그러나 1승을 먼저 챙긴 양 감독의 냉철한 디지털 야구는 22일 2차전부터 다시 시작된다. 김 감독도 인연의 끈을 잠시 접어두고 양보할 수 없는 2차전 승부수를 던진다.
[min@maekyung.com]
LG와 NC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지난 21일 창원 마산구장 3루 원정 더그아웃. 양 감독은 비에 흠뻑 젖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1루 더그아웃을 그렸다. 어린 시절 부산이 오버랩 되듯 김경문 감독과의 깊은 인연을 살며시 꺼내들었다.
양 감독은 김 감독보다 세 살 아래. 부산서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야구의 꿈을 키웠던 선후배 사이다. 부산 동성중, 고려대 시절을 함께 지낸 질긴 인연이기도 하다.
“감독님과는 13살 때인가, 그때부터 40년을 만난 깊은 인연”이라며 양 감독의 말문이 열렸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많다. 어렸을 때도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세수를 하고 안경을 놓고 오면 꼭 안경을 많이 챙겨주곤 하셨다.” 새카만 얼굴로 운동장서 공을 주고받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였다.
동성중을 먼저 졸업한 뒤 공주고로 진학한 김 감독은 양상문 스카우트에 나서기도 했다. 양 감독은 “그때 ‘공주고로 와라’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난 못 가는 상황이었다. 그때 형‧동생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부산고로 진학한 양 감독은 전국대회 결승서 만나 2-4로 졌던 기억도 또렷했다. “공주고의 전국대회 우승이 읍 단위 고교팀 최초의 우승이었을 것이다.”
둘이 다시 의기투합한 것은 고려대. 3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다. 양 감독은 “고려대에서 3년을 함께 지내면서 형제 같은 형‧동생 사이였다”며 그저 미소가 번졌다.
세월이 훌쩍 지나 야구에 미쳐 있던 둘은 LG와 NC의 지휘봉을 잡고 다시 만났다. 김 감독은 신생팀 2년차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양 감독은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올라 반전의 드라마를 쓰며 2년 연속 가을야구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포스트시즌 첫 관문서 적으로 만난 것. “한편으론 기쁘더라. 각자의 성공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 아닌가.”
양 감독은 김 감독과의 맞대결 비교 자체를 민망해 했다. 양 감독은 “감독으로서 김경문 감독님과 레벨 차이가 많이 난다. 감독님은 이미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라며 “내가 정말 존경하는 분과 대결을 하니까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고 추억에 푹 잠겼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프로의 세계. 양 감독은 “감독님과 함께 하는 기분 좋은 일인데, 서로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 냉혹하기도 하고 그렇다”며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대한 아쉬움 뒤 굳은 각오가 엿보였다.
김 감독도 이미 불편한 마음을 시리즈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를 통해 넌지시 밝혔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최선의 경기를 위해 다 같이 고생하는데, 서로 적으로 만나서 좀 그렇다”며 양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가을비 때문에 꺼내든 양 감독의 아날로그 감성. 그러나 1승을 먼저 챙긴 양 감독의 냉철한 디지털 야구는 22일 2차전부터 다시 시작된다. 김 감독도 인연의 끈을 잠시 접어두고 양보할 수 없는 2차전 승부수를 던진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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