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품은 이택근의 집중력…‘멘붕 야구’ 끝냈다

[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서민교 기자] 전날(21일) 올 시즌 최악의 실책을 저질렀던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택근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독을 품고 달린 이택근의 발끝에서 이틀 연속 계속된 ‘멘붕(멘탈붕괴) 야구’도 끝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2일 목동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택근을 수비에서 제외하고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전날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패배로 이어진 결정적 실책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배려였다.
이택근은 염 감독의 배려에 보답하며 팀의 짜릿한 4-3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3-3인 9회말 2사 2루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3루 도루로 롯데 정대현의 실책을 유발시키며 극적인 끝내기 득점을 만들어냈다.

22일 목동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9회 말 2사 2루에서 넥센 2루 주자 이택근이 전날 경기의 실책에 속죄라도 하려는 듯 롯데 실책을 틈 타 홈까지 질주해 결승득점을 올렸다. 이택근이 동료들이 보는 가운데 환호성을 지르며 질주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이날 경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양 팀 선발은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넥센 선발 오재영은 3⅔이닝 5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고, 롯데 선발 쉐인 유먼도 4⅓이닝 5사사구 3실점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반면 넥센은 계투로 나선 이정훈이 2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마무리 손승락이 세이브는 실패했지만 승리 투수가 됐다. 9회말 견제 실책을 한 롯데 정대현은 패전 투수로 기록됐다.
넥센은 전날에 이어 수비 집중력이 무너진 경기였다. 1-0인 3회 외야의 어설픈 수비로 2실점 빌미를 제공했고, 3-2인 9회초 마무리 손승락의 어이없는 연속 폭투로 동점을 내줬다. 포수 허도환의 블로킹이 제대로 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의 속출이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9회말 넥센은 2사 후 이택근이 정대현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되살렸고, 폭투 때 틈을 놓치지 않고 2루로 파고 들었다. 이택근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정대현이 박병호에게 집중하고 있는 사이 허를 찌르는 3루 도루를 시도했다. 단독 도루였다. 당황한 정대현은 3루로 공을 뿌렸지만, 그대로 공이 뒤로 빠지면서 이택근은 홈까지 내달려 경기를 끝냈다.
이날 이택근은 3타수 2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경기 초반부터 전날 실책을 만회하려는 집중력이 대단했다. 1회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낸 뒤 김민성의 적시타 때 선취 득점을 해냈고, 3회 우중간 2루타 이후 3루 도루를 성공시키는 투지를 보였다.
이택근은 경기를 마친 뒤 “투수가 견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단독적으로 뛰었다. 1, 2루보다 1, 3루가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며 “어제 실수를 했기 때문에 오늘 만회를 하려고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날 넥센의 승리 뒤에는 박병호의 역전 투런포가 있었다. 박병호는 1-2로 끌려가던 5회말 무사 1루서 유먼을 상대로 시즌 33호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박병호의 가치를 재입증한 한 방이었다. 박병호는 이날 2타수 1안타(1홈런) 2볼넷 2타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박병호는 최근 물오른 페이스에 대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무거웠던 몸도 많이 풀렸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홈런 상황에 대해서도 “투수가 몸쪽 높은 유인구를 던졌는데 투 스트라이크 이후라서 맞히는데만 집중했는데 운 좋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4위 두산 베어스와 0.5경기차를 유지하며 3위를 수성했다. 이틀 연속 멘붕 경기를 상대 실책으로 끝내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크게 웃을 수 없는 경기 내용이었다. 염 감독은 “박병호의 홈런으로 좋은 흐름을 잡을 수 있었고, 이정훈이 좋은 피칭을 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택근의 마지막 주루 플레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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