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차갑고 날카로운 골 결정력은 그의 이름 앞에 ‘샤프’라는 수식어를 붙게 만들었다. K리그 통산 120골. 동갑내기 절친 이동국(전북/141골)과 외국인 골잡이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데얀(서울/122골)에 이어 리그 최다득점 3위에 올라있는 탁월한 골 사냥꾼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샤프’의 날카로움은 전성기에 비해 많이 무뎌진 게 사실이다. 힘도 스피드도 떨어졌다. 하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노련미들 그리고 몸 속 세포들이 기억하는 감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지난 여름 김은중을 강원에서 영입한 것 역시 ‘베테랑’의 한 방이 팀의 아킬레스건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강원FC 소속이던 김은중은 지난 7월말 포항으로 임대됐다. 6개월 단발 계약이었다. 전방에 무게감 있는 공격수가 필요했던 포항의 상황과 강원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김은중의 상황이 맞아 떨어진 계약이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 출신인 황선홍 감독과의 만남이라 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까진 임팩트가 크진 않다.
시즌 중간에 합류했기에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은중은 그리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로 ‘조커’다. 지난 9월1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후반 40분 이적 후 첫 골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그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팀으로서의 조직력이 궤도에 오른 포항의 컬러를 생각할 때 김은중이 단숨에 주전으로 뿌리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전반기 때 강원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 경기 감각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김은중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기다림이다. 황선홍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황선홍 감독은 김은중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차츰 출전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에 스스로 잘 조절할 것”이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기대에 대한 언급도 없고, 쉽사리 평가를 내리는 법도 없다. 그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순간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하다”라는 선에서 김은중에 대한 말을 아꼈다. 감독의 멘트 하나가 노장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외국인 공격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걷고 있는 포항이다. 전형적인 전방 스트라이커 없이 ‘제로톱’ 시스템을 운영한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15골 정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가 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생산적인 푸념이 없을 뿐, 황 감독도 고민이 많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FA컵도 결승까지 진출했다. 지금까지 박수받기에 충분한 포항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작 중요한 코스에서 무너진다면 지금까지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이제부터는 김은중 같은 선수가 필요할 때다.
황선홍 감독은 “상위 스플릿부터는 진검승부다. 어떤 팀도 쉽지가 않다”면서 “앞으로는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결정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틀리지 않은 맥이다. 전력이 비등한 팀들끼리의 승부에서는 실수를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 그리고 주어지는 한 두 번의 찬스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황선홍 감독이 강조한 ‘결정력 싸움’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다.
FA컵 결승전을 비롯해 남은 정규리그 10경기가 모두 결승 같을 큰 무대다. 배짱도 필요하고 침착함도 필요하다. 김은중 같은 베테랑 킬러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도 김은중도 인지하고 있을 일이다.
아직 섣불리 점칠 수는 없으나, 어쨌든 가능성으로는 시즌 더블(정규리그+FA컵)까지도 가능한 포항이다. 하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하다. 그 부족함은 역시 확실한 결정력이다. 시선은 김은중이라는 베테랑 공격수에게 향한다. 황새 품에 안긴 샤프는 포항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포항의 시즌 완성을 위해서도 김은중의 진행형 스토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후반부가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샤프’의 날카로움은 전성기에 비해 많이 무뎌진 게 사실이다. 힘도 스피드도 떨어졌다. 하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노련미들 그리고 몸 속 세포들이 기억하는 감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이 지난 여름 김은중을 강원에서 영입한 것 역시 ‘베테랑’의 한 방이 팀의 아킬레스건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황새의 품에 안긴 샤프는 포항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포항의 시즌 완성을 위해서도, 김은중의 진행형 스토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후반부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제공 |
시즌 중간에 합류했기에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은중은 그리 많은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로 ‘조커’다. 지난 9월1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후반 40분 이적 후 첫 골이자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그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팀으로서의 조직력이 궤도에 오른 포항의 컬러를 생각할 때 김은중이 단숨에 주전으로 뿌리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고 전반기 때 강원에서 벤치에 앉는 시간이 길어 경기 감각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김은중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기다림이다. 황선홍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황선홍 감독은 김은중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차츰 출전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에 스스로 잘 조절할 것”이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기대에 대한 언급도 없고, 쉽사리 평가를 내리는 법도 없다. 그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순간 골을 넣어줄 선수가 필요하다”라는 선에서 김은중에 대한 말을 아꼈다. 감독의 멘트 하나가 노장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외국인 공격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걷고 있는 포항이다. 전형적인 전방 스트라이커 없이 ‘제로톱’ 시스템을 운영한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15골 정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가 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생산적인 푸념이 없을 뿐, 황 감독도 고민이 많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FA컵도 결승까지 진출했다. 지금까지 박수받기에 충분한 포항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작 중요한 코스에서 무너진다면 지금까지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이제부터는 김은중 같은 선수가 필요할 때다.
황선홍 감독은 “상위 스플릿부터는 진검승부다. 어떤 팀도 쉽지가 않다”면서 “앞으로는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결정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틀리지 않은 맥이다. 전력이 비등한 팀들끼리의 승부에서는 실수를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 그리고 주어지는 한 두 번의 찬스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황선홍 감독이 강조한 ‘결정력 싸움’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다.
FA컵 결승전을 비롯해 남은 정규리그 10경기가 모두 결승 같을 큰 무대다. 배짱도 필요하고 침착함도 필요하다. 김은중 같은 베테랑 킬러의 역할이 커지는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도 김은중도 인지하고 있을 일이다.
아직 섣불리 점칠 수는 없으나, 어쨌든 가능성으로는 시즌 더블(정규리그+FA컵)까지도 가능한 포항이다. 하지만 아직은 2%가 부족하다. 그 부족함은 역시 확실한 결정력이다. 시선은 김은중이라는 베테랑 공격수에게 향한다. 황새 품에 안긴 샤프는 포항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포항의 시즌 완성을 위해서도 김은중의 진행형 스토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후반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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