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약 40명 심리 치료 의사 밝혀…사고 수습 후 치료 예정
국가트라우마센터 "재난대응 업무종사자 20%, 심한 PTSD 겪어"
국가트라우마센터 "재난대응 업무종사자 20%, 심한 PTSD 겪어"
제주항공 참사 당일부터 사고 현장 등에 투입된 경찰·소방 공무원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오늘(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사고 수습 등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 공무원 중 약 40명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 치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대로 고용노동부 작업 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사고 현장에 지원 나갔던 충청 지역 한 소방 공무원은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많은 시신을 봐왔고 많은 현장을 마주했지만, 이번 참사는 유독 더 잔상이 계속 남는 느낌"이라며 "괜히 우울한 감정이 들거나 사고 현장과 시신 잔상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어 좀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혹시 모를 구급 상황에 대비해 교대로 무안공항에 상주하고 있는 119구급대원들도 트라우마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남소방본부 소속 한 구급대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니 공항에 계속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현장 트라우마센터에 파견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유족들 외에도 현장 사고 수습을 돕거나 유족들을 옆에서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상담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위한 통합심리지원 부스가 마련돼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족만큼이나 재난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위험한 수준입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군·경찰·소방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 5명 중 1명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참사 현장에는 소방 공무원 2,800여 명, 경찰 3,000여 명, 군부대 1,600여 명, 공무원 2,200여 명 등 전국에서 총 1만 1,000명이 넘는 재난 대응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경찰청과 소방청 등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재난 대응 근로자를 위한 상담 차량을 공항에 급파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이번 참사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화성 아리셀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들은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안공항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업무를 맡은 이들의 상담과 치료를 위한 정부 기관의 트라우마센터도 곳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공항에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는 "트라우마 대상자는 5차로 나뉘는데 2차 대상자인 유족과 더불어 이들을 구조하거나 옆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는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은 3차 대상자에 속하는 만큼 이들의 트라우마 관리도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트라우마 치료비 등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열리며 시민들의 모금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는 지난 3일 기준 1억 5,0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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