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또 '간병 살인'에 "정부와 지역사회 노력 있어야"

간병 살인 뒤 극단적 선택 보호자들…"용서 빌지만, 후회는 없어"
"사각지대 사례 발굴·지원하는 선제 조치 필요"

지병 등을 앓는 가족을 돌보다 결국 환자를 살해하는 이른바 '간병 살인'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17일) 대구 달서구 소재 아파트에서 치매인 80대 부친을 돌보던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0월쯤에는 대구 남구에서 1급 뇌 병변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을 40여 년간 보살핀 60대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간 아버지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식사, 목욕 등 간병을 도맡아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쯤 서울에서 사실혼 관계인 70대 배우자를 2년여간 간병하다 살해한 60대 남성이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공판에서 "집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면서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비극적인 일을 불러일으키는 장기간 간병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병덕 한국노인장기요양협회 대구지부장은 "장기간 간병은 사람 죽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장기간 간병을 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하는 가정을 많이 봤다"며 "간병인을 쓰는 비용은 하루 12만원 정도고, 중증자는 이보다 더 비싸다. 서너 달 간병인을 쓰면 돈 1000만원을 써야 하니 앞이 막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허만세 계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을 마치 내 몸처럼 생각해서 내가 돌볼 수 없으면 이 사람의 삶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생각보다 많고, 1인 가구나 고립 가구가 늘어나면서 해당 가구에 고령이나 질병으로 인해서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 됐을 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 강화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허 교수는 "기존의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벗어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만, 그 서비스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현재의 제도 안에서 적극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의 사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병덕 지부장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꼭 간병인을 써야 하는 특별한 사례를 선별해 간병인 지원을 우선 해주는 제도가 마련되면 간병으로 인한 한 가정의 해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간병 살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간병 환자가 있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돌봄 정책이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