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한 운전자를 경찰관이 신분 감추고 불러내 측정 요구
음주 의심 운전자가 경찰 음주 측정에 불응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21년 12월 밤 울산 한 도로에서 음주 운전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경찰관들이 출동했으나 음주 의심 운전자 50대 A 씨는 이미 귀가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경찰관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주차된 차를 박아버렸다"며 "잠깐 나와서 보셔야겠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차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경찰관은 A 씨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한 후 음주 측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자신은 운전한 사실이 없고, 후배가 운전했다며 측정을 거부했습니다.
경찰관이 해당 후배 인적 사항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A 씨는 개인정보라서 말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경찰관은 A 씨를 체포했고, 검찰은 A 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관이 신분을 감춘 채 사고를 위장해 A 씨를 불러낸 것 자체가 부당하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다소 기망적인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A 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판결은 원심과 같았습니다.
특히 경찰관 신분을 감춘 채 A 씨를 불러낸 것이 적법했다 하더라도, 이후 A 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경찰관이 측정 거부 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A 씨에게 직접 고지하지 않았고, 지구대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동행을 거부할 권리, 묵비권, 변호사 선임 권리 등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위법한 방법으로 체포해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피고인 역시 위법한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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