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후 90분' 0.005%p 초과했다면?…음주운전 무죄

"운전 당시엔 측정치보다 낮았을 수도"

술을 마신 뒤 90분 이내에 측정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적발 기준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30세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1시쯤 술을 마신 뒤 45분 후 서울 중랑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

29일 0시 27분쯤 경찰이 출동해 음주 측정을 실시했는데, 0.035%가 나왔습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어갈 때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습니다. 처벌 기준보다 0.005%p(포인트) 높게 측정된 겁니다.

A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의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인 0.035％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씨의 음주 측정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지 87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졌는데,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는 점을 토대로 A씨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재판부는 "음주 처벌 기준 하한을 초과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운전 종료 시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약간 넘더라도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까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