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굳건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총리가 할 말이냐"고 지적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이 생각이 좀 더 굳건했으면 더 강했으면'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친구 둘을 잃고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 삶을 마감한 고등학생을 두고 총리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며 "공감능력 제로다. 이게 이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총리가 할 말이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참사를 겪고 바로 곁에 있던 친구 둘을 잃고 고통에 얼마나 짓눌렸으면 그 어린 학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지 전혀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생존자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어떡하면 책임을 회피하나, 이런 생각만 하니까 저런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생존자들에게, 희생자들에게,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그리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6개 요구사항에 정부와 국회는 성의를 다해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숨진 학생의 경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원스톱 종합지원센터 지원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도 "본인이 필요에 따른 이런 좀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 좀 이런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답했습니다.
또 "원스톱 종합지원센터에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 충분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치료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대답한 것은 결국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은 탓'이라는 뜻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됐습니다.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스스로 생명까지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고,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한 총리는 이제 거취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람은 못돼도 괴물이 되진 말자"고 비판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SNS를 통해 "충격적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한 총리가 나서서 이 청소년의 죽음이 본인 탓이라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 등까지 떠미는데, 활개치는 악성 댓글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고 강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총리실은 입장문을 내고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한 총리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도록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 A군은 12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군은 이태원에 함께 간 친구 2명을 사고 현장에서 떠나보낸 이후 교내 심리상담과 함께 매주 두 차례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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