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일대 막대한 피해…지형·공사 지연 등이 원인
2015년 1조 4000억 들여 대응 착수했지만…여전히 폭우에 속수무책
2015년 1조 4000억 들여 대응 착수했지만…여전히 폭우에 속수무책
기록적인 폭우 속에 서울 강남역 일대가 또 다시 물에 잠기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대응과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고질적인 침수 지역인 강남역 인근을 두고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됩니다.
오늘(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강남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942년 8월 5일 관측된 서울 지역 시간당 강수량 최고기록(118.6㎜)을 80년 만에 넘어선 것입니다.
강남역 사거리 일대에서는 폭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도로와 차도가 물에 잠겼습니다. 대치역 은마아파트 일대 도로도 침수돼 자동차가 물에 반쯤 잠겨 떠다니기도 했습니다. 또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차량을 도로 한복판에 버리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강우 처리 용량을 초과한 강우량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강남 일대가 가진 지형 특성과 하수 역류, 물이 빠지지 않는 땅 면적 증가 등이 추가 요인으로 꼽힙니다.
강남 일대는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인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는 강남이 주변보다 지대가 10m 이상 낮아 서초와 역삼 등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이 부족한 탓이 큽니다.
강남에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아 물이 흡수될 곳이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의 불투수(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 면적률은 52.84%로 1962년 불투수 면적율(7.8%)과 비교하면 8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면서 피해를 키운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 서울시는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강남역 일대에 침수 피해가 계속되자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서울시가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 수방시설 확충사업에 투입을 발표한 총예산은 1조4000억원 규모로 ▲하수관거 개량 사업 7364억원 ▲빗물 펌프장 신·증설 사업 2939억원 ▲빗물 저류조 설치 사업 2142억원 ▲하천정비 사업 1649억원 등이었습니다.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의 경우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공사 기간이 연장된 상태입니다.
침수예방 대책의 핵심 시설로 꼽혔던 반포천 유역분리터널(교대역∼고속터미널역 총연장 1162m)은 올해 6월 완공돼 시간당 약 85㎜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이 확보됐지만, 여전히 이번 같이 1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호우 피해를 입지 않은 청남빌딩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기록적 폭우로 빌딩, 차량 등 여러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를 빗겨간 빌딩도 있습니다. 2m 높이의 방수문이 설치된 서울 서초구 청남빌딩입니다.
해당 건물은 '차수문'이 설치돼 있어 빗물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습니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은 높이로 된 이 차수문은 평상시 차가 드나들 때는 바닥에 내려가며,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야간에는 똑바로 세워 진입로를 완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과거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막아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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